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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를 다시 읽다가.



정문태 기자님이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책에 쓰셨던 글입니다 (60-61쪽) :



5월이여, 아시아의 십자가여

광주, 랑군 그리고 자카르타


"한국에서 '5월'이란 단어는 아주 특별한 어감을 지녔다. 마찬가지로 아시아 시민사회에서도 이 5월은 심상찮게 쓰인다. ..바꾸어 말하면, 이 5월은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뜻이다."

"1980년 5월이 광주 것이라면, 1984년 5월은 필리핀 몫이다. 그리고 1990년 랑군, 1992년 방콕, 1998년 자카르타처럼 아시아는 몫몫이 5월을 불렀다. 시간과 공간은 달랐지만, 이 아시아 5월은 모두 같은 심장과 얼굴을 지녔다. 지난한 식민통치기를 거쳐 다시 군사독재에 시달리며 경제개발 볼모로 잡혀있던 아시아 시민들이 스스로 주인임을 선언한 것이 아시아 5월이었다."

"아시아 5월은 피로 물들었다. ..'광주'는 모진 길잡이 노릇을 했다. 5월은 그렇게 저항을 명령했고, 아시아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온 한국, 필리핀, 버마, 타이, 인도네시아는 모두 그 5월을 기꺼이 혁명의 계절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뜨거웠던 5월 아시아 함성은 저마다 시민항쟁사의 가장 빛나는 승리로 기록되었다."

"전두환, 마르코스, 네윈, 수친다, 수하르토.... 이 아시아 5월을 능욕했던 학살자들 이름은 추악한 군인독재자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찍혔다."

"이제 다시 5월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아시아 5월은 저마다 새로운 5월을 재촉하고 있다..."


+


그런데 오늘저녁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차라리 오보이기를 바랐건만.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

(...)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라진 5.18기념식장에선 <방아타령>과 <금강산>이 연주된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으로 시작하는 <금강산>은 이명박 대통령 대신 기념식에 참석하는 정운찬 총리가 입장할 때 연주된다. 대표적인 경기민요인 <방아타령>은 5.18기념식이 끝나고 정 총리가 퇴장할 때 연주된다.

 

이 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17일 오후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단독 확인했다. 5.18기념식에서 연주할 한 심포니오케스트라의 '5.18기념식 연주순서' 곡 리스트엔 <방아타령>과 <금강산>이 기재돼 있고, 실제로 이 리스트에 맞춰 17일 오후 리허설을 했다.(...)




이런 젠장.

제 기억이 맞다면, MB는 후보시절인가 당선자시절인가에 5.18묘역 참배를 갔다가
파안대소를 했던 전력이 있죠. 이 사진 보시면 다들 기억나실 겁니다 :
(단, 사건이 기억나신다면 사진은 되도록 보지마세요. 기분 나빠집니다)


뭔가 욕이라도 하고싶지만, 지금은 참겠습니다.
우리가 잊지 않는 걸 저들은 더 두려워할 겁니다.
두고봅시다.



by 김태 | 2010/05/18 00:11 | 글그림 | 트랙백(1) | 덧글(5)

3.1절특집...까지는 아니고, <최후의 분대장>을 다시 읽다가


3.1절 특집까지는 아니지만 ... 3.1절을 맞아 <최후의 분대장>을 오랜만에 들춰보았지요.
김구와 김원봉 등에 대한 회고가 눈길을 끄네요. 백범은 의외로 귀여운 스타일이었던 것 같고
약산은 살벌할 것만 같지만 의외로 시골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나 봅니다.

 최후의 분대장 : 김학철 자서전. 문학과 지성사, 1995.


1

김학철 자서전.

저자는 어려서 장난꾸러기였어요. '결기'있는 청년으로 자랍니다. 비뚤어진 시대에 '결기'
있는 청년이 대체로 그렇듯, 사회정의를 되찾아보겠다고 1930년대에 중국으로 망명합니다.
정의감 투철한 문학소년이, 윤봉길 의사의 소문만 듣고 피가 끓어,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중국에 넘어간 겁니다. 

처음에는 '결기'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상교육을 받은 후 투철한 맑시스트가 되어
조선의용대에 입대합니다. 이른바 연안파 사회주의자가 된 거죠. 1941년 일본군과 교전중
총을 맞고 체포됩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다리 한쪽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몸바쳐 독립운동을 했으니, 좀 잘 살아도 좋으련만,
해방 후에는 동료들이 걸은 길 그대로, 그 역시 수난을 겪습니다.
연안파는 대체로 결국 한국전쟁 때 총알받이가 되거나 김일성한테 숙청당하잖아요.
다만 저자는 한쪽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전장으로 가지 않고 후방에서 김일성에게
'독립투사'들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는 걸 지켜보다가, 숙청당하기 직전에 주위의 
도움으로 중국에 망명합니다. (저자는 그래서 김일성이라면 이를 갑니다.)

중국에서는 잘 살았는가. 순탄치 않습니다. '결기'있는 사람은 독재자와 살기 힘들죠.
문혁 때 잘못 걸려 감옥에서 10년을 고생을 하고 나옵니다. 날마다 두들겨 맞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투철한 맑시스트지만, 기개와 긍지가 높은 사람입니다. 말이 안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드시 토를 다는 성격입니다. 해방 후 서울에서 박헌영한테 호통치며 들이대 문제가 되기도 하고
당연히 평양에서 김일성과도 잘 지내지 못합니다. 김일성을 '희대의 살인마'라 부르는 데에 주저
하지 않지요. 해방투쟁에 함께 했던 동지들을 모두 김일성한테 잃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그렇다고 중국당국하고 좋았던 것도 아니라서, 문혁 때 된통 당하고는 모택동과 강청이라면
넌더리를 냅니다. 휴. 

기개있는 자는 살아남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20세기의 동아시아에서.



2

저자의 백범 회고가 눈길을 끕니다. 독립운동할 때 좌우대립이 심하고 그랬던 것처럼 얘기되지만
'필드'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아요. 투철한 맑시스트였던 저자는 김구와 김규식, 그리고 
김원봉 등에 대해 이렇게 회고합니다. 인간적인 모습들이 재밌기도 하고, 좀 뭉클하기도 합니다.
(장기려 박사 정말 훌륭한 인격자라고 극찬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136쪽) 김구 선생은 액내(額內)가 아니었으나 이따금 뵙게 되는데 대면해서는 다들 '선생님' '선생님'하고 소인을 개어 올리지만 에서는 '노완고(老頑固)'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그리고 김규식 선생은 '미주(美州) 아저씨'라고들 불렀다. 내 짐작으로는 '엉클 샘 Uncle Sam'에서 따다가 친근스레 우리말로 옮긴 게 아닌가 싶었다. (...) 

136-7쪽) 김원봉 선생은 의열단의 의백(즉 단장)을 지낸 분이라서 굉장히 무섭게 생긴 줄 알았었는데 막상 대해보니 시골 중학교의 교장 선생님 같이 부드러운지라 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 혹시 이거 가짜 아냐?
이 가짜 아닌 진짜 김원봉 선생도 해방 후...(북에서) 반혁명 간첩 등으로 몰려 옥중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178쪽) 김원봉 선생은 변재(말재주)가 없는 분이라 말끝마다 '말이야' 하나씩이 붙는 까닭에 우리는 그 수를 세어두었다가 나중에 "오늘 '말이야'는 모두 서른세 번." "틀렸어. 모두 서른네 번." 서로 제가 맞다고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분은 타고난 카리스마로 해 우리들의 마음을 끌고 또 자연스레 복종을 하게끔 만들었다. (...)

179쪽) 김구 선생을 비록 '노완고'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분을 여간만 존경하지 않았다. 그분이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를 초들 때마다 중국어를 그대로 옮겨서 '라사복(羅斯福)'이라고 하는 따위도 우리는 다 애교로 받아들였었다.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킥킥거리긴 했지만서도.

180쪽) 우리는 이청천 선생도 역시 대선배로 존경을 했었다. 그분이 비록 총 한 방으로 왜병 일곱 놈을 쏴 눕혔다는 따위의 허풍을 치기는 했지만서도. 일곱 놈이 북어쾌처럼 가지런히 너부러지더라는 것이다. 

<수호지>나 <장길산>을 읽는 것 같은 입담이 느껴집니다. 사실 수호지나 장길산의 주인공들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결기'였으니까요.

...<수호지>와 비슷한 점이 또 있네요. 108 호걸들이 다 어이없게 스러져가는 장면을 읽으며 무지
하게 슬펐는데(어릴 땐 분해서 울기도 했습니다, 저도 결기가 조금은 있어서),<최후의 분대장>도
뒤쪽에 그렇습니다. 그나마 <수호지>의 주인공들은 허구적인물이고 살인강도들이지만, <최후의
분대장>에 나오는 실제 활동가들의 비참한 최후는 마음을 후벼파더군요.


3

실천 속에서의 화합.

필드에 직접 있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납니다. 이른바 '독립운동'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김학철님처럼 필드에서 직접 뛰었던 젊은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좌파냐 우파냐보다는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옛날에 학생회운동이나 지역
운동도, 필드에서 하던 선배들은 NL이냐 PD냐 하는 문제를 그렇게 크게 느끼지만은 않았나 보더라고요.
당장 눈 앞에 일본군 총알 날아다니고, 또 당장 눈 앞에 백골단 뛰어다니면, 지금 실천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인 '교리논쟁'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화합은 관조가 아니라 실천 속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일 겁니다.



4

화합... 아무리 그래도 이번 3.1절, 이명박씨의 "중도실용" 화합 드립은 너무 심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3.1 운동의 대승적 화합정신을 계승, 승화하자며 국민통합을 역설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3.1 운동 정신은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는 중도실용주의 정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음... 저분은 "이렇게 하면 지구인은 화를 낼 것이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 같아요.
외계인 아닐까요? 아니면 정말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사이코패스인 걸까요?




참고로, 3.1일자 경향신문 만평. 엄청 웃었는데, 마음 한켠이 짠하네요 :
 

요즘 뉴라이트분들이 '국가정체성'운운하던데... 그런데 임시정부와 4.19는 헌법'전문'에 명시된 '국가정체성'입니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정체성'을 위협하는 세력은 다름아닌 뉴라이트라 하겠지요. 뭐 저는 국가정체성이란 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저 용어 쓰는 분들이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있기를 희망합니다. 헛된 희망이려나요. 쩝.

by 김태 | 2010/03/02 05:17 | 읽는책 | 트랙백 | 덧글(12)

2010년 초, 책 나오는 일정입니다. (빵굽는 시간표 같군요 6^^;)


이전 글, < 십자군 3권 시행착오 (3) >에 대한 답글에서
호세무링요님께서 "내년 출간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셔서,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여기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독자님의 입장에서, 일정이 뭐 이러냐, 라며 꾸지람하실까 두렵습니다만,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고, 자수하여 광명찾자는 말도 있고, 그래서
이런 상황입니다, 라고 먼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십자군3권부터 나옵니다...라고 하면 좋겠지만 T_T

우선 연초에는, 고대 중국에 관한 책을 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십자군 작업을 하기 전,
장정일 선생님의 <삼국지>에 일러스트를 그려 데뷔를 했습니다.

그때 한나라에 관한 자료를 모으다보니 큰 책장으로 하나가 넘었습니다.
또 그전부터 읽고 있던 <한서열전>이 꽤 재미있어서, 작업을 구상했습니다.
말하자면, 구상은 십자군보다 먼저 이루어진 책이지요.
그러나 십자군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지나고(중간에 이런저런 일로 늦어졌지만요)
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세월아 네월아가 됐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책을 냅니다.

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별도의 글을 써볼게요.


그리고 십자군인데요,



십자군 1,2권 개정판과 3권을 냅니다. 진행해놓은 작업도 제법 있고요.
십자군에 관해, 공개하긴 어렵지만, 이래저래 복잡한 사연이 많았습니다.
개정판에 자료로 쓰려고 유럽에서 도판을 몇 박스 구해왔습니다.

그림에 아쉬운 부분도 많았는데 - 그 부분도 손 좀 보고 싶습니다.



십자군과 중국 고대사, 이 두 작업이 앞으로 2-3년 정도
제 만화가로서의 삶에 두 기둥이 될 것 같습니다.

진왕 정입니다. 훗날의 진시황입니다. 늘어뜨린 줄이 일곱가닥인 것은 아직
황제가 되기 전이라 그렇습니다. 황제가 되면 열두줄 면류관을 쓰게 됩니다.


2009년 상반기에 책이 4-5권 나왔던 걸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정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작업해놓은 것도 많이 있고 그러니까요.
다만 자기관리를 잘 해야겠지요(그게 쉽지 않아서요, 흑흑).

르네상스미술이야기와 20세기 연대기 등,
작업해놓은 것을 묶어 책을 만들 일들도 내년에 많습니다.
아프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을 해야겠네요.
(당장 오늘아침부터 덜컥 장염이 되긴 했습니다만. 흑흑.)



by 김태 | 2009/11/19 11:46 | 십자군 | 트랙백 | 핑백(1)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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