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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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겨 본 적이 없습니다, 또는...


(아차차. 중간에 어둠은 빛을 이긴 적 없다는 말을, 실수로
빛은 어둠을 이긴 적 없다로 쓴부분이 있었네요.이런이런.
실수를 지적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흑.)



격주로 연재하는 칼럼. 
이번에는 촛불 두 돌을 맞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에 제법 공을 들였습니다. 촛불 두 돌이니까요 :)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는 요한복음 1:5의 구절을 바탕으로, 이번 원고를 써봤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구절은 
시국미사 때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인용하여 유명해진 문구이지요. 

저 번역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이 번역에 참여했던 분 가운데 문익환 목사님이 계십니다. 
<공동번역>에는 힘있는 문장들이 꽤 있는데, 아마 문 목사의 문장력에 덕을 입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개역한글판>에는 "어두움이 빛을 깨닫지 못하더라"라고 되어 있어요.

즉,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거나, 또는 
빛을 알아차리지 못해봤다는 겁니다.

두 가지 번역 모두 가능합니다. 
그리스어 "우 카텔라벤(ou katelaben)"이라는 말을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데 저는 경전 해석에서,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리다, 이런 게 좀 싫습니다.
어차피 외국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뜻을 화해시켜보고자, 이번 글을 썼습니다.


아무리 억압해도 감출 수 없는 ‘빛’
김태권 / 에라스뮈스와 친구들


"얼마 전 촛불 두 돌을 맞았습니다. 당시 모아뒀던 시민들의 풍자와 패러디를 다시 꺼내 낄낄 웃으며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지금은 그런 날카로운 촌철살인이 오히려 줄었더라고요. 왜? 고발당하지 않을까 소송 걸리지 않을까 모두들 말 한마디 꺼내기 조심스러우니까요. 그때 우리는 소통의 부재를 한탄했는데,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더 줄었네요."

"예나 지금이나, 나라님들이 시류에 뒤처질 때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려 들지만, 어둠이 빛을 이긴 적 없듯 그 무모한 시도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바뀐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빛을 알아차리지 못하던 어둠처럼, 아침이 밝으면 사라지겠지요."




종교색이 있는 텍스트로 글을 쓰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그 종교를 좋아하는 분들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보는 걸 싫어하고
그 종교를 싫어하는 분들은 텍스트 자체를 다루는 걸 싫어하시니까요.

그래도 '어둠은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저 문장은 중학생때부터 워낙 좋아하던 글귀인데다
시국 미사 때 저 말을 듣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굳이 적어보았습니다. 



by 김태 | 2010/05/08 00:57 | 고전어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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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0/05/08 03: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5/08 10:32
앗앗앗 정말이군요. 이런 중요한 실수를!!!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10/05/08 07: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5/08 10:33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윗분과 같은 댓글이십니다.
Commented by 킬리아니 at 2010/05/09 20:55
...음 최근의 저는 예전에 김태권작가님이 MB악법바로보기에서 다뤘던 '불의한 권력자의 최후'를 암시하는 그 성경구절이 좋던데 말이죠...(개인적으로 서울을 봉헌할 정도로 '신앙심 깊으신 어떤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Commented by 김태 at 2010/05/17 23:45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시절에 우연히 봤던 구절인데, 용산참사를 보며 다시 기억이 났습니다. 땅을 노리고 이웃을 죽이는 짓이 얼마나 나쁜가, 어린이한테는 참 명백한 사실이었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고, 돈의 힘과 재개발사업이란 걸 알게되면, 이상하게도 명백한 걸 명백하게 보지 못하더군요. 주위의 많은 분들이 그렇고, 저도 나이 더들면 그렇게되지 않을까 늘 걱정합니다.
Commented by leopord at 2010/05/09 21:42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공동번역에 문익환 목사님이 참여하셨군요. :) 제가 갖고 있는 '현대인의 성경'은 개역 한글판이네요. 언급해주신대로 "이 빛이 어두움 속에서 빛나고 있었으나 어두움이 이 빛을 깨닫지 못하였다."고 되어 있어요. 각주로 "또는 '이기지 못하였다'"는 부분이 바로 '우 카텔라벤'의 각기 다른 해석을 드러내는군요.

정말로,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걸 다시금 보여줘야 할 때인 듯합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5/17 23:49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집안에 걱정거리가 조금 있었어요) 관련구절을 찾아보셨다니요. 6^^;; 사실 저 구절은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고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이란 책의 제목으로도 친숙해졌습니다. 저는 '깨닫지못하였다'로 해석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 소크라테스 아저씨가 늘 하던 말씀대로라면, 누구나 빛을 진정으로 알게 된다면 굳이 어둠을 택하겠습니까!
Commented at 2010/05/13 01: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5/17 23:49
앗 반갑습니다. 군대가신줄 알았는데 이렇게 뵙는군요.^^ 자주 뵈어요.
Commented by 책벌레 at 2010/05/31 12:09
세상은 어둡습니다.하지만 우리 주님은 부활하였습니다./칼 바르트.
Commented at 2010/06/26 03: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7/09 02:50
앗 반갑습니다. 오늘 계속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뚜레주르에서 있던 일이 기억났어요. 그때 같이 있던 편집자분이 블로그 말씀을 하셨었지요. 그래서 요즘 마감(과 트위터) 때문에 통 안들어오다가 이렇게 들어왔네요.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손님 모셔놓고 주인이 외출한 꼴이라... OTL). 삼국지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꽤 오래전 작업이네요. 6^^;;
Commented by 김태 at 2010/07/09 02:55
그러고보니 그때 면도도 안하고 퀭하게 앉아있던 일도 기억나는군요... OTL 아이고 이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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