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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비는 아이 - 쉘 실버스타인, <골목길이 끝나는 곳>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지은이 쉘 실버스타인은
또한 재치있는 시인이기도 해요. 
<골목길이 끝나는 곳>이라는 재미있는 시집에서
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만 하는
어떤 어리석은 사람에 대해 시를 썼어요. 





레스터

                                    쉘 실버스타인
  

번얀나무의 도깨비가

레스터더러 소원을 말하라고 했대.

레스터는 소원 둘을 더 들어주는 게 소원이라고 했지.

영리한 덕에 소원 하나 대신 셋을 얻었지 뭐야.

그리고 각 소원마다 소원 셋씩 또 빌어서

원래의 소원 셋에 새로운 소원 아홉을 더 빌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그 소원 열둘로 교활하게 셋씩 더 빌어서 

소원이 모두 마흔여섯이 되었어. 아니, 쉰둘인가?

어쨌든 레스터는 소원으로 더 많은 소원을 빌어서

오십억 칠백일만 팔천서른네 가지나 되었어.

그리고 그 소원을 바닥에 펼쳐놓고서

손뼉 치고 춤추며 그 주위를 빙빙 돌고 

겅중겅중 뛰며 노래를 부르더니 앉았어.

그리고 소원을 더 빌었지. 빌고, 빌고, 또 계속 빌었어.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은 웃고 울고,

또 사랑하고 노력하고, 감동받으며 깨달았지.

레스터는 산더미 같은 금에 둘러싸인 채

앉아서 세고 또 세며 금을 계속 늘렸어.

그러던 어느 목요일 밤

소원에 둘러싸인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대.

사람들이 소원을 세어 보았더니

글쎄, 하나도 없어지지 않았더래.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새 것이었지.

자, 여기 있으니 좀 가져가. 그리고 레스터를 생각해 봐.

사과, 뽀뽀, 신발 같은 것들이 세상에 가득한데

레스터는 소원을 비는 데 소원을 낭비했던 거야.



어릴 때 읽은 걸로는 더 좋은 번역이 있었는데 구하지 못해서, 아쉬운대로 이걸로 올립니다.
잘 보면 계산이 이곳저곳 틀려있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꼬마 시절에는 '어릴 때 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나중에 행복해진다'고 배웠어요.
학교 다닐 때는 '학생 때 놀지 말고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야 나중에 행복해진다'고 들었지요.
일을 구한 다음에는 '젊을 때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나중에 행복해진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언제 놀고 언제 행복해질까요? 
뭔가 잘못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이 좋은 시절을 놀지 않고 뭔가 열심히 하면서 보내는 것은
단지 미래에 놀기 위해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의미있는 일, 영원히 가치있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이 고생을 하는 건 아닐까요? 그래야 수지가 맞지요.





by 김태 | 2010/03/24 00:53 | 글그림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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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VP at 2010/03/24 04:21
니도속고 내도속고 다속았다 안카나 'ㅅ'!!! (담배)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31 23:35
음 그렇게 해석할 수 있군요
Commented by arong2 at 2010/03/24 09:32
소원으로 다수의 소원을 얘기하는 것은 어렸을 때 동화읽고 얻은 생각인데,
시를 읽어보니 좀 다른 깨달음이 오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31 23:35
저도 저글 읽고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소원으로 소원 불릴 생각만 했더랬는데요.
Commented by 킬리아니 at 2010/03/29 12:07
어휴~ 저는 대학원공부하느라 고생이 너무 심해서 생각할 여유도 없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31 23:37
아. 왠지 현대사회의 병폐라는 생각이.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라는 공자님 말씀이 순간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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