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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소년 샌디 - <마크 트웨인 자서전>에서




<마크 트웨인 자서전>
을 틈틈이 읽습니다. 지금 마감이 급해서 제대로 읽진 못하고
조금씩 시간이 날때 읽는데, 이 양반 글은 참 좋습니다. 

마크 트웨인도 그렇고 하이네도 그렇고 아이러니를 아는 사람일 수록
남을 웃게 하지만 본인은 우울하더군요. 차갑게 말을 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요.


옛날 시사in 서평만화에 그렸던, 마크 트웨인 형님.
그러고보면 이분도 참 '결기' 있는 양반이었습니다.


노예소년 샌디의 이야기가 눈길을 끕니다. 
노예제도의 문제, 종교의 문제도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워낙 글이 좋으니 간단히 인용만 하겠습니다.


-------


(59) 흑인들은 모두 우리의 친구였고 우리 나이 또래의 흑인은 동지였다. 사실 우리는 동지면서도 여전히 동지가 아니었다. 우리와 흑인아이들 사이에는 피부색으로 인해 미묘한 선이 그어져 있었고 양쪽 다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융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

(60-61) 학교를 다닐 때는 노예제도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잘못된 제도라는 점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에게서도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역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의 성직자들은 노예제도가 하나님이 인정한 신성한 제도라 가르쳤고 의심이 들어 확신하고 싶다면 성경을 들여다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구절을 큰 소리로 읽어 주곤 했다. 노예들은 노예제도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명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한 (고향) 한니발에서는그릇된 대우를 받는 노예를 본 적이 거의 없었고 농장에서는 더더욱 없었다.

- 그러나 소년기에 이 문제를 건드리는 자그마한 사건이 발생했다. (...) 한니발에서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작은 노예소년을 고용했다. 노예소년은 메릴랜드의 동해안에서 왔는데 가족과 친구와 생이별을 하고 미국 대륙의 반만큼이나 먼 곳으로 팔려 왔다. 그는 명랑한 성격에 순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아이기도 했다. 하루 종일 노래하고, 휘파람 불고, 웃고, 소리 지르고, 꽥꽥거리는 등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시끄러웟다. 어느 날 나는 드디어 성질이 나서 씩씩거리며 엄마에게 가서 샌디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한 시간 동안 내내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니 그 아이 입을 좀 막아 주면 어떻겠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불쌍한 것. 그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이 편안하단다. 하지만 샌디가 잠잠히 있으면 생각에 잠겨 있을까 봐 두렵고 참을 수가 없단다. 샌디는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거야. 그 아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못하게 하면 안 돼.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엄마 말을 이해할 거다. 친구 하나 없는 아이가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말이야."

- 짧은 단어를 사용해서 간단하게 말씀하셨지만 정곡을 찌른 말씀이었다. 그 이후로는 샌디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가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결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단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갖고 계셨다. (...)


<마크 트웨인 자서전>, 마크 트웨인 지음, 찰스 네이더 엮음, 안기순 옮김, 고즈윈.


by 김태 | 2010/03/03 04:12 | 읽는책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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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VP at 2010/03/03 15:07
저때나 지금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엄한 사람을 투사(?)로 만드는 시대이니...-ㅅ-;;;;

※답변 감사드립니다. 관련 포스팅에 출처(?)를 올려놨으니, 블로그에 들어가보세요 'ㅅ'///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12 02:46
답글 늦게 달아 죄송합니다. 마크 트웨인도 '애국전쟁'인 미서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시를 썼는데 출판사가 쌍수들고 반대해서 결국 생전에는 출판못했더군요... 미국사회는 투사를 잡아가거나 탄압한다기보다, 투사를 <고립>시키는 전통을 가졌던 듯 합니다. 이게 더 체제 유지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한국도 그쪽으로 가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at 2010/03/03 23: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12 02:50
앗 댓글 늦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책>은 아닙니다. 올해에는 물론 다시 나옵니다. 시리즈를 다시 재개하는 것이지요.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T_T http://kimtae.egloos.com/2756282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10/03/04 00:50
마크 트웨인의 어머니는 정말 마음이 따뜻했던 분 같군요. 그나저나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사람들의 주장이 궁금합니다.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노예제도가 나름의 논리성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들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대적 습기에 젖지 않은 사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12 02:51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대적 습기에 젖지 않은 사상이 항상 아쉬운데, 어떤 사람들은 늘 과거의 잊혀진 사상까지도 다시 끄집어내어 소수의 기득권을 강화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Commented by 황제 at 2010/03/04 13:23
눈물이 나오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12 02:53
저도 저 부분이 참 와닿아서 적어보았습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마크트웨인 글은 참 좋습니다. (앗 또 너무너무 하나마나한 이야기입니다 T_T)
Commented by leopord at 2010/03/04 15:33
종교에 관한 작은 논쟁의 와중에 트웨인의 글을 읽으니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기독교가 원체 '선하다'던가 '진보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동시에 기독교가("사제가 혹은 교단이 그랬다. 기독교는 원래 그렇지 않다"는 발언은 문제를 회피하는 일일 겝니다.) 저질러온 악덕을 환기시켜주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3/12 02:54
실존주의의 기획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종교가 없어도 의로운 사람은 의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나쁜사람은 종교가 있어도 나쁜 짓을 한다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넘버3의 명대사가 생각나네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참 X같은 말이지... 죄가 무슨 죄냐, 죄 짓는 XXX가 나쁜 XX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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