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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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을 졸여 잼을 만들어봤어요.



국 끓이는 일은 자신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집안일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남자이지만, 오늘밤 괜히 기분 내봤습니다.

감귤. 한조각 두조각씩 볼에 물고 이빨로 지긋이 눌러봅니다. 알갱이가 쏟아져
나옵니다. 아아 시어라. 혀뿌리에서는 단침이 솟고 깜짝 놀라 몸서리를 칩니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작가 부부가 제주도에 삽니다. 직접 키운 감귤을
한상자 담아 서울에 보내주었습니다. 오늘밤은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않아, 불가에 붙어앉아 말로만 듣던 귤잼을 만들어보았습니다.

귤을 좀 으깨줍니다. 어차피 나중에는 손만대도 허물어지니까,
처음부터 열심히 으깨 줄 필요는 없더군요. 중불로 해주면 귤이
주스처럼 되어 흥건해집니다. 끓고나면 약불로 졸여줍니다.   .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봤습니다.

간을 보아가며 중간중간 단것을 넣어주라는군요. 원래 흑설탕의 풍미를 좋아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감미료와 꿀을 넣었어요. 한번에 왈칵 넣지 말고 맛을 보아가며
조금씩 넣으래서 그렇게 했어요. 꿀은 고유의 풍미가 강하니 적당히 넣어야 한대요.
시판되는 잼처럼 달큰한 것은 딱 질색이라, 감미료도 꿀도 약간씩만 넣었습니다.

레시피에는 나무주걱으로 저으라고 되어있는데, 2년전인가 카스타드 크림을
만들 때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거야 원. 그래서 그냥
플라스틱 주걱으로 저었지요. 운치가 없긴 하지만.. 맛에 큰 문제는 없겠지요.

보글보글 기포가 보이지요?

끓고 불 줄이고 나서도 한참 졸여줍니다. 제 경우는 귤 15개로 100분 정도 걸렸
어요. 불 곁에 앉아 음악도 듣다가, 사전 찾아가며 공부도 하다가 일도 하다가
생각이 나면 한두번씩 주걱으로 젓습니다.. 카스타드 크림 때는 주걱이 은근히
무거워 루이 암스트롱을 틀어놓고 저었는데 귤잼은 주걱이 가벼워 편하더군요.
잘 타지도 않습니다. 대신 시판되는 잼만큼 끈적거리게 만들려면 (1) 불을 세게
하고 신경을 더 쓰거나 (2) 100분보다 더 졸이거나 (3) 설탕을 더 넣거나..등등.

오늘은 처음이라, 이 정도 졸이는 걸로 타협했습니다. 맛 봤더니 좋네요.
보기에는 저렇지만, 과육이 살아있습니다. 달지 않아서 더 좋고요.      .

식혀서 병입했습니다. 최근에 먹던 블루베리 잼 병에
넣었어요. 곁에 서 있는 건 팀 버튼의 굴소년 피규어.

사실 귤 향기로 온 집안이 가득해질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게는 안돼서 아쉽네요.
그냥 귤을 까먹는 것보다 오히려 향은 덜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냉장고에 넣었다가 하얀 요거트에 얹어 틈틈이 먹어야겠어요.


근데 나무주걱은 어디로 갔을까요?
집도 코딱지만한데.,,


by 김태 | 2010/01/15 03:18 | 인간사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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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복솔군 at 2010/01/15 03:45
크흑.. 이 야밤에 야식을 땡기게 만드시는 군요;; (결국 뭐라도 좀 먹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1
앗 본의아니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 칼로리나 소화에 부담 없는 가벼운 것을 드셨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부전나비 at 2010/01/15 03:47
맛있는 쨈을 빵에 발라드시고 좋은 책 내실거라 저는 믿습니다.

이 리플은 우호적인 협박냄새가 나는구나...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2
협박(!) 받아도 쌉니다. 일하다말고 갑자기 잼을 만들다니요... T_T
Commented by LVP at 2010/01/15 06:03
감귤이 없어서 오뤤지로 잼을....(!?!?)

방한은 무사히 끝나서 좋은데, 제주도산 한라봉+감귤을 안팔아서, 오렌지로 때우는 중입니다 ;ㅅ;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3
오렌지도 좋겠네요. 맛이나 향이나 한라봉이 사실 제격일텐데, 팔긴 팔지만 너무 비싸서... OTL
Commented by starla at 2010/01/15 06:55
요거트와 귤잼!
그 대목에서 꼴깍 침이 넘어갑니다. 요즘 귤도 싼데 저도 해봐야겠어요. 아아...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4
생각보다 손을 많이 안타서 좋았습니다.
Commented by 간달프 at 2010/01/15 08:23
오오 이거시 귤잼의 위엄. 역사만화가에 이어 본격요리연구가의 길을 걸으시는 김태님 (기혼, 박사)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4
헉 제대로 된 요리도 아니고 박사도 아닙니다. 6^^;;
Commented by Rudvica at 2010/01/15 09:18
귤향을 강하게 내시려면 껍질을 갈아넣으심이...
(많이 넣으면 씁쓸해집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6
아 갈아넣는 방법이 있었군요. 작은 귤 껍질을 체썰기도 좀 그렇고... 껍질을 혹시 넣을 수 없을까 싶었는데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는 핸드믹서로 성글게 갈아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케르나르 at 2010/01/15 11:05
잼에 설탕이 적으면 쉬이 썩을텐데요.. 금방금방 드셔야겠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8
귤 열다섯개로 만들어도 양이 작은 병 하나 남짓이라, 차나 커피에 타먹고 요거트에 얹어먹으면 금새 먹을 것 같아요.^^ 어서 먹고 또 해봐야죠.
Commented by 바람이된한량 at 2010/01/15 14:01
껍질 채로 넣어서 마멀레이드로 한 게 다른 잼보단 덜 단 맛이었어요.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49
그러잖아도 껍질 넣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Rudvica님께서 갈아넣는 방법을 추천해주셨어요. 다음번에 해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카이º at 2010/01/15 15:56
오오오, 저런 방법도 있었군요!

귤 많이 쟁이면 한번! ㅋㅋㅋ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5 17:50
귤이 많으면 해볼만한 방법이더라고요.^^ 손도 많이 안가고요.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10/01/16 17:11
저는 살찐다고 집에서 식빵이 추방된지 몇년째인지. ㅜㅜ 식빵이 추방되면서 잼도 추방되었지요.
여튼 맛있는 잼 잘 드세요. 훗, 저는 감귤을 직접 씹어먹을랍니다. ㅋ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7 18:15
감귤을 직접 씹어먹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실은 감귤을 하루에 스무개씩 먹다가 속이 쓰려서 잼을 만들게되었답니다.^^
Commented by 9625 at 2010/01/17 02:01
맛있겠는데요. 나중에 근무지 바뀌면 저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ㅎㅎ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7 18:15
달지 않아서 꽤 맛있습니다.^^ 손도 많이 안가고요.
Commented at 2010/01/17 23: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10/01/18 08:45
크지않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작비나 시간이나 노력은 조금, 만드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은 제법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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