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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3권 시행착오 (3) - 텍스트를 교차 검토할 수 없었다

이전에 올린 글
<   십자군 3권 시행착오 (2) -  이븐 알 카샤브는 누구인가?   >
에 이어집니다.

  이븐 알 카샤브를 주인공으로 해서 3권을 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는 말씀까지 드렸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자료의 문제입니다.
이븐 알 카샤브란 양반은 여러 책에서 이름이 언급되지만
유독 아민 말루프의 책에서만 중요하게 다루어지더군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되도록이면 두 개 이상의 텍스트를 교차하여 검토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꼼꼼하거나, 작가로서의 양심이 있다거나, 그래서 그런 게 아닙니다.
텍스트 하나에 목을 매면 곤란한 일을 피할 수 없겠더라고요. 왜냐하면,

(1) 어차피 텍스트 하나만 중요하다면, 제 작업이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이 그 하나의 텍스트를 구해 읽으셔도 충분하니까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고전의 영역에서는 하나의 텍스트만이 중요하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하나의 텍스트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컨대 <일리아스>랄지, 헤로도토스의 <역사>랄지, 사마천의 <사기>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되도록 관련 논문이나 2차문헌을 구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대단히 중요한 '고전'인 <복음서>도 네 가지 이상의 서로 비교할 텍스트가 있으니까요.
   (4복음서 플러스 알파) 이른바 '공관복음서'라는 말도 비교 분석의 결과 아니겠어요?


(2) 텍스트 하나는 위험합니다. 그 텍스트의 오류나 변조가 그대로 확대재생산되니까요.
행여 그 소스에 의도적으로 틀린 부분은 없어도
강조점만 약간 잘못 짚는다고 해도,
저는 난처한 지경에 처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컨대 실제로 '50'만큼의 일에, 원저자가 '80'만큼 비중을 실으면, 제가 그걸 만화로 하면서
'99'만큼 부풀리게 됩니다. 그럼 독자님에 따라서는 '120'으로 읽으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를 저도 가끔 겪는데, 종종 <십자군이야기>를 반기독교 만화로 보는 분도 계십니다.
제가 뭔가 잘못 적었기 때문이겠지요. 원래는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모두 좋은 종교라고 이야기
하려는 의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작가란 독자님의 오독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아무튼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러니 텍스트 하나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아무리 그 텍스트가 괜찮아 보여도, 설령 실제로 괜찮더라도, 하나만 따라가면 위험합니다.


   실제로 아민 말루프는 이븐 알 카샤브에 대해 유리한 정보를 주로 언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문판 위키와 비교해보아도 약간 오차가 보입니다. 중요한 과실은 아니지만, 자료를 조사하다가
드는 의문을, 해소해 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작가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만화를
그린다면, 독자님들께는 큰 누를 끼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여러 언어, 특히 아랍과 이란의 언어를 했다면, 자료를 뒤져 읽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합니다. (언어의 문제는 <십자군> 작업을 하며 줄곧 컴플렉스입니다.)

  결국은 아민 말루프의 책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입니다. 사실은 이 시리즈를 하며,
아랍어 학습에 도전해보았으나, 독학으로 하기엔 너무 어려워, 현재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설령 조금 읽는다고 해도, 필요한 자료를 찾아 읽는다는 건 거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겠더군요. 젊어서 공부 좀 많이 해둘 걸... 후회가 됩니다. 영어라도 더 잘하면 좋을텐데요.)

+

  1권과 2권의 경우엔 텍스트끼리 교차 검토를 시행했습니다. 이때의 일도 재밌는 일이 많은데,
그건 다음 기회에 적어봐야겠군요.

  이븐 알 카샤브를 주인공으로 쓰지 못한 또 다른 이유도 다음 글에 적겠습니다.



by 김태 | 2009/11/18 00:24 | 십자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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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본격! 덕후인증하는 이.. at 2009/11/18 12:03

제목 : 김태작가의 <십자군 이야기> 3권이 나온답니다 -_..
십자군 3권 시행착오 (3) - 텍스트를 교차 검토할 수 없었다으어아엉아엉ㅇ어ㅓ렁ㄹㄹ러렁으ㅡ르ㅓㄹ르를ㄹ라아라어어ㅓ라아아하앟아!?!?!?!?!?!!?&lt;십자군 이야기&gt; 3권이 나오는군요.드디어? 아니;; 이제야!?!?!?!?!?연중기록으로는 이미 토가시를 뛰어넘지 않았나 싶군요...음... 1,2 권도 개정할 부분이 있었나봅니다.이분의 독특한 그림체는 매력적이지요. 2권을 분실한 통에... 1,2권이 개정되어서 나오는건 저에게는 다행인것......more

Linked at 불평불만 : 2010년 초, .. at 2009/11/19 11:46

... 이전 글, &lt; 십자군 3권 시행착오 (3) &gt;에 대한 답글에서 호세무링요님께서 "내년 출간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셔서,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여기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 more

Commented by leopord at 2009/11/18 00:36
텍스트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일이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가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_+;;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04:50
자료가 충분치 않으면 외줄타기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외줄타기를 가끔 하게 되더군요. T_T. 격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나디르Khan★ at 2009/11/18 00:42
좋은 작품 내놓으시고자 노력하는 김태님, 멋집니다...하지만.... 왜 전 울고 있지요 으헝헝헝 ㅠㅠㅠㅠㅠ힘든 시행착오 겪으시는 만큼 탄탄한 완성품이 나올거라 믿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04:50
예. 내년중에 1,2권 개정판과 3권이 나올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LVP at 2009/11/18 01:16
좋은 작품을 근년안에 내시지 않으면, 청와대에 쳐들어가 빤쓰를 내리겠습니다. (!?!?!?)

※12월 말에 방한예정이라...그때 사야하는데에...미국 현지 한인서점은 믿을 수 없어염 'ㅅ'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04:52
12월말까지는 흑흑... 죄송합니다. 내년에나 나올 텐데요, 지금 하던 원고도 털어야하고 해서요. T_T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긴 하지만, 제가 일정 관련해서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Commented by LVP at 2009/11/18 05:07
에잉...작품의 질여부가 달렸으니, 강권은 좀 그렇고...

출판사나 잘 구워삶아서 1.2.3 합본이나 추진해보시면...

※에이...이제까지 샀던 1.2권 끌어안고 미시간 호수로 뛰어내려야겠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11:09
지금 하는 원고도 나름대로는 기대하고 있답니다. 실은 계약한지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십자군2권보다 더 전에 착수한 건데요), 어서 손을 털어야 하는데, 십자군과 동시 진행이라 늘 그렇듯 쩔쩔 매고 있습니다. 이건 내년초에 나올 것 같고요, 십자군은 1,2,3권 다시해서 내년 상반기에 내고자 합니다. T_T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9/11/18 05:11
좋은 작품은 쉽게 쓴게 아니군요. 십자군 만화를 정말 재밌고 쉽게 읽었던 기억을 생각하니, "어렵게 쓴 글이 쉽게 읽힌다."라는 말이 틀린게 아닌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11:07
앗 최고의 칭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더 어렵게 써야 하는데, 체력이 딸리는 것이 요즘 제일 아쉽습니다.
Commented at 2009/11/18 05: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8 11:07
앗 안녕하시죠?^^ FSS와 엮어 말씀하시니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T_T E.기본은 만화화가 어려운 것은 아니겠지만, 메인 텍스트를 이후의 문헌들과 비교대조하는 작업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6^^;;
Commented by 永革 at 2009/11/18 11:47
1,2권 개정판에 추가되거나 수정되는 내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9 11:10
출판사와 주위분들은 최소한으로 손을 보자고 하고, 저는 최대한 많이 손을 보고
싶습니다. 아마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논의가 진행되는대로
이곳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현골 at 2009/11/18 11:54
[십자군이야기] 3권 나오는겁니까 !?!?!?!?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ㅠㅜ
Commented by 현골 at 2009/11/18 12:02
트랙백 해가겠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9 11:11
아.. 감사합니다. 근데 당장 나오는 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셰이크 at 2009/11/18 15:43
3권 나오기는 나올 모양이네요, 시간이야 그만큼 좋은 작품으로 나오면 되는 거죠. 수고해주세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9 11:11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호세무링요 at 2009/11/18 17:48
십자군 깡패들의 이야기인데 1,2권의 관점이면 적절한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난독증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는듯 합니다.

내년 출간될 책은 몇 권 정도 되나요? 자세히 좀...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19 11:12
사람의 말이란 무서운 것이라서, 아무개 책 봤더니 이렇다더라~가 입소문을 타고 번지다보면, 엉뚱한 이야기로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년 출간계획에 대해... 아, 별도의 포스팅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황제 at 2009/11/19 02:24
개정판? 이런 된장찌개!!! 그나마 나온다니 다행이로세....
Commented by 기우 at 2009/11/19 15:25
이란 말이라. 인터넷에서 이란 친구를 사귀었는데 덜컥 4년 뒤에 이란 말을 배우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답니다. 넌 이란 애고 난 한국 사람인데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다 말이죠. 돈도 별로 없지만 로제타스톤 사서 그 친구 도움 받으며 어떻게 배워볼 생각입니다.
(가끔 시아파 쪽에서 본 이슬람 초기 역사를 그 친구한테 듣는데 꽤 재밌더군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11/20 08:55
으으 저는 이란어, 숫자 쓰기 보고는 일단 접었습니다. ^^;; 로제타스톤은 괜찮은 방법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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