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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고닉 <만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소개 서평



뒤적거리다가 찾았습니다. 1월에 <씨네21>에서 의뢰받고 썼던 칼럼인데,
짧게 책 추천하는 코너였어요. 저는 만화가이고 하니, 래리고닉의 만화를
소개했습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만화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래리 고닉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글 김태권(만화가)



만화가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이 책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이 만화책을 무작정 죽 읽는 것. 세계사를 만화로 그리다니, 야심찬 기획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길. 이 책의 원제는 무려 <‘우주’의 만화 역사(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 과연 책은 우주의 탄생에서 시작한다. 공룡이 어쩌다 멸종됐나(‘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가서 안 돌아오는’ 걸지도 모른다나), 인류가 어떻게 요런 모습으로 진화했나 등, 개그로 버무려진 흥미진진한 지식부터 읽는 거다.


둘째, 이 만화책의 정보를 다른 소스와 비교해가며 읽는 것. 고대 아테네의 정치와 철학을 그린 대목에서 작가는 정치인 페리클레스의 머리 모양을 요상하게 그리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헤어스타일에 시비를 건다(머리숱 모자란 것도 서러운데!). 그런데 이 개그들은 다 근거가 있다. 페리클레스의 기묘한 두상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기록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머리 모양은 고대 조각으로 남아있는 것.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책장의 백과사전을 찾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도 좋겠다. (위키피디아 만세!)


추억의 고려원 옛날판


셋째, 이 만화책을 소장해두고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읽는 것. 비극의 탄생을 설명한 대목에서 관객석 틈바구니에 끼어 앉은 염소가 슬프게 운다. 웬 염소? 이 뜬금없는 개그에 낄낄 웃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몇 년 후에 알게 됐는데, 비극(tragedy)의 어원이 원래 ‘염소(옛날 그리스말 tragos)’를 제물로 바칠 때 부르는 ‘노래(그리스말 oide)’라는 설이 있단다. 제물로 바쳐지는 염소 입장에서는 눈물이 나겠지. 또 있다. 아테네 참주정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므흣하게 웃는다. 왜? 참주는 원래 그리스말로 ‘티라노스(tyrannos)’. 티라노사우루스는 ‘참주도마뱀’인 셈이다. 참주가 명성을 얻으면 티라노사우루스도 낯이 서겠지.


이 만화는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읽으면 그동안 쌓은 다른 지식 덕분에 새롭게 웃는 부분이 생기는 책이다. 문설주에 금 그어놓고 키가 얼마나 컸나 확인하듯, 몇 년 동안 지식이 얼마나 늘었나 확인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미국의 조 사코(대표작 <팔레스타인>), 래리 고닉(<인류의 역사>), 프랑
스의 마르잔 사트라피(<페르세폴리스>), 조안 스파르(<랍비의 고양이>,
<향연>) 등의 작품을 늘 안테나를 세운 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스콧
맥클루드(<만화의이해>) 역시.  제가 만화를 열심히 그리다보면, 나중에
라도 직접 만날 기회가 있겠죠? 만나면 영어로 대화를 할까요? 흠좀무....



by 김태 | 2009/05/07 03:52 | 글그림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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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황제 at 2009/05/07 04:13
고려원 쪽이 훨씬 위트가 있게 번역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5/07 10:53
두 개 번역이 다른가요? 같은 줄 알고 있었는데...

피라미드와 면도날 관련 오역이 그대로 남아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Commented by 김태 at 2009/05/08 01:36
아아 저는 이제 번역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큰 실수가 아니면 모두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이렇게 선업을 쌓아 나중에라도 제가 틀린 번역을 했을 때 축생도로 떨어지는 일을 방지해보고자 합니다.
Commented by Odysseus at 2009/05/19 23:22
아아, 방금 다른 시의 오역을 지적하고 오는 길인데...소인은 아무래도 업장소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Commented by 기우 at 2009/05/07 16:48
가끔은 래리 고닉의 이 책이 <서양 문명의 역사>보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양 문명의 역사는 너무 '정설'만 다뤄서요. 하긴 그 정설도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5/08 01:34
사실은 이 책에서 다룬 '정설' 아닌 것들도 역사에 관심 없는 분은 '정설'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죠.^^ 래리고닉의 책에서 어디가 농담이고 어디가 농담이 아닌지 구별하는 것 자체가 제법 긴장을 요구합니다.
Commented by 황제 at 2009/05/08 02:24
개인적으로 래리 고닉의 책은 [철저한 성인용]이라고 봅니다. 이해 못하면 봐도 도움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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