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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드래곤헤드>와 호쿠사이의 만년작



드래곤헤드를 처음 읽었을 때, 대단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만화로 이런 서스펜스가 가능하구
나! 정말 놀랐어요. 물론 마지막 부분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만.                                     .

드래곤헤드를 읽고 어떤 분이 재치있는 한 마디를 날렸습니다. "드래곤헤드, 스네이크테일."
처음에는 그 박진감과 서스펜스 때문에 미친 듯이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에는 김이 빠져버렸
다는 얘기였죠. 드래곤() 헤드() 스네이크() 테일(). 즉, 용두사미. 가혹하지만 신랄
한 한 말씀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라사와 나오키 선생도 요즘 좀 불안합니다...'완간'을
해본 적 없는 저같은 한심한 만화가 녀석은 할 말 없습니다만. ToT )                               .

아무튼 그 말많고 탈많은 마지막 부분에 보면 (마지막 부분을 언급하긴합니다만 스포일러는
아닙니다) 호쿠사이의 그림이 언급됩니다. 조금 뜬금없이요. 바로 다음 그림입니다.          .

후지산이 보이고, 뒤에 검은 구름이 있고, 용이 날아 올라갑니다. 정말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호쿠사이의 감각은 놀라운 데가 있지요.

+

왜 하필 호쿠사이의 이 그림? 이 그림에 대한 눈길을 끄는 사실을, 얼마전 호쿠사이 화집을
보다가 발견했습니다. "Until a few years ago, this work was believed to have been de-
stroyed by fire during a WWII air raid." 이 그림이 2차대전 때 공습으로 날아간줄 알았는데
(이 책 초판이 발간된 1995년보다) 몇년전에야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겁니다. 그렇다면 드래
곤헤드 만화가 연재되기 얼마전이기도 합니다. 아마 작가는 호쿠사이의 이 작품이 재발견된
것을 보며 만화를 구상하지 않았을까요? 모르긴몰라도 당시 이 그림이 화제였겠지요?       .

그러고보니 이 그림에는 드래곤헤드의 모티프들이 그대로 드러나있군요. 후지산(일본땅) 위
에 서린, 용(드래곤)과 불길한 검은 구름. 또 어떤 의미에서는 이 그림의 운명 자체가 드래곤
헤드의 모티프가 됩니다. 대재앙을 겪으며 파괴당했다고 알려졌는데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니
까요. 주인공들의 운명과 비슷하겠죠.                                                                        .

드래곤헤드는 또한 <파리대왕>을 연상시킵니다. 아마 호쿠사이의 그림과 <파리대왕>(영화
건 소설이건), 이 두 가지가 걸작 드래곤헤드의 창작에 영감을 준 건 아닐까요? 그냥 혼자서
생각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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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아프네요. 결혼한 직후에 한 쪽이 아픈 경우가 종종 있다던데, 제가 딱 그런 경우
인가 봅니다. 1월부터 지금까지 잔병치레가 떠나지 않아서 부인마님한테 너무 미안하네요.
컨디션 난조 때문에 엊그제부터는 집중도 안돼서,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밤만 새고 있는
것이 벌써 3-4일째입니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콜록콜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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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 | 2009/03/22 06:04 | 미술사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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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kkclan at 2009/03/22 11:24
아아아아... 참 이거 결말이 그랬었죠. 아직도 이 만화를 볼 때 느꼈던 기괴함이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23 01:20
처음 한 세권까지는 정말 끝내줬는데 말이죠... 저는 처음에 해적판으로 봐서... 무려 '경주'로 수학여행가다가 '경주'에서 '태안반도'를 거쳐 '서울'로 돌아온다는 기괴한 코스를 보며 갸웃거렸답니다.
Commented by kkkclan at 2009/03/23 07:56
......예전에는 경주가 광주 옆에 붙어있었나보네요 와우
첫 세권의 기괴함만은 가히 이토준지급이었던 듯.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24 03:55
해적판이 순차적으로 번역하다 보니, 엉망진창이 된 것 같습니다.^^ 옛날 일본만화책 한글 번역본 보면, 거의 1:1대응으로 정해져 있었죠. 교토는 경주, 오사카는 부산, 오키나와는 제주도, 도꾜는 서울... 이런 식으로요. ^^; 아마 교토는 수학여행의 무대로 자주 나오고, 오사카는 관서 사투리를 쓰는 라이벌의 고향으로, 오키나와는 여름 여행의 배경으로...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디오니 at 2009/03/23 01:02
친구들끼리 이 만화를 부를 때 쓰던 말이 바로 '용두사미'였는데, 사람들 느낌이란 역시
비슷비슷한가 보네요. ^^ 감기 어서 물러가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23 01:20
저 재치있는 말은 제가 한 말은 아니지만, 저도 저 드래곤헤드 스네이크테일이란 말을 들으며, '아하 그렇군'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감기 나아야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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