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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대주교의 제안과 박노자 선생의 종교론



BBC 뉴스 3월 4일자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더군요. 이탈리아 모데나의 대주교
가 '사순절 동안 문자질 자제하고 (사람들을 만나자)'고 제안했다고요. 재밌네요.
Call to give up texting for Lent http://news.bbc.co.uk/2/hi/europe/7923701.stm

사순절은..말하자면 무슬림에게 '라마단'과 같은 기간이랄까요. 신도들에게는 중
요하고 신도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냥 그런 날이지요.(이런 문제로 싸우지맙시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그랬잖아요. 금식이니 거룩한 날이니 이런 문제 가지고
심각하게 싸우지말자고.) 아무튼 욕망을 자제하고 평소의 생활을 반성하는'시즌'
인 것입니다. 유럽에서 휴대전화로 문자질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첫째가 영국,
두번째가 이태리라네요. 이 제안은 가상세계(virtual world)로부터 일정기간 벗어
나 있자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들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라는 제안이
기도 하다는군요. 그러니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줄이고, 거리로 나가 서로서
로 만남을 회복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죠?                                           .

올초에 교황 왈, '컴퓨터 앞에 너무 붙어있으면 인간은 고립될 거야'라고 경고했다
고 기사에 적혀있네요.  베네치아의 신부는 '소비에 익숙한 생활을 바꾸어야 한다'
고 말했다고요. 이번 교황은 좀 덜 한 편인데,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신자유
주의와 자본주의의 전횡에 맞서 종종 쓴소리를 하곤 하였답니다(여기에 대해 촘스
키 선생이 한 말씀한 것이 있는데, 나중에 찾아서 올려놓겠습니다).                   .

+

아무튼 BBC 기사는 대충 이런 내용인데요, 생각할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이걸 읽고
저는 최근에 읽은 박노자 선생의 블로그 글을 떠올렸습니다.                             .
종교라는 이름의 저항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19409

"불자든 이슬람 신도든 혁명의 신도든 그 신앙이 소비품이 아닌 "인생의 좌표"인 이상
이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결국 똑같은"이단자"들입니다. 후기 자본주의의 유일신이란
소비 하나뿐인데 그 유일신을 부정하는 그 어떤 신앙을 가져도 이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게 돼 있어요." (...) "(저(박노자)는 불자이지만) 차라리 레닌의 신도들을 동류
로 여기기가 쉽습니다. 저는 그들의 신앙 신조를 십분공유하지 못해도 적어도 그들의
생활적 태도를 존경이라도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소비의 신도들 같으면 "존경"이라는
말을 쓸 수도 없는 것입니다."       직접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글은 한국의 이른바
교인의 탈을 쓴 사람들의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의 소위 "종교인"들을
보면 놀라운 것은 "종교"와 자본주의가 너무나 궁합이 잘 맞는 것이지요."부자는 축복
받은 사람"이라고 교회에서 말하고 사찰에서 대입기도를 하는 것은 종교 행위가 아니
고 종교의 부정입니다." (...)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참 좋은 글입니다.                .

+

저도 옛날에 신문에 기고했던 글에서 이 주제를 다룬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 글
빨의 차이가 크군요. 내공의 차이입니다, 크헉!(내상을 입고 토혈하며 쓰러졌습니다)
"플라톤, 예수, 마르크스가 한 자리에 모인다면?"  http://kimtae.egloos.com/1907842

+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저는 인터넷에서 보고, 또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여러
분께서도 지금 인터넷으로 읽고 계시죠? 이런 아이러니는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아무튼 현대문명을 줄이고 본연적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종종 하고있습
니다만, 과연 그 불편함을 제가 견딜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석유문명의 중독자
운데 하나라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전기도 많이 쓰고 석유도 많이 쓰고 닥치는 대
로 소비하면서 생활합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씩, 걱정을 하지요.                   .

'이래도 되는 걸까?' 라고요.

걱정만 하는 걸론 안 될텐데요. 부끄럽습니다.





by 김태 | 2009/03/06 02:52 | 글그림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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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atsbluse at 2009/03/06 10:42
일전에 친구와 '세상의 모든 인터넷이 뒤엎어진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봤는데..
아.. 못살겠더라구요.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것, 참 무서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08 03:22
당장으로서는 저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신혼여행 갈 때도 핸드폰 로밍해서 들고갔습니다.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T_T
Commented by 눈아이 at 2009/03/06 12:04
인터넷 없어지고, 일상처럼 반복하는 '소비'가 없어지면 힘들 것 같지만 그런 금단기간은 고작 며칠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전에 꼬꼬마들과 피정을 간 적이 있는데(카톨릭도 아니면서 ^^;) 단 며칠의 기간이었지만 핸드폰, 컴퓨터 없이도 별 문제 없더군요.
오히려 서로의 방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유혹'들은 강렬하지만 그것들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살 수 없을만큼 필수불가결한 것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란 없으면 없는대로 익숙해지기 나름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엔 그런 '유혹'들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문제이지만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08 03:23
피정...부럽습니다. '소비'가 없어진 상태에 대해... 막상 그런 생활이 닥친다면 어떻게든 살아가긴 하겠지만, 의연한 마음으로 제가 그걸 선택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긴 합니다.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3/06 14:00
저도 눈아이 님 말씀에 십분 동감합니다. 오히려 두려움은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심과 불안에서 나오고, 자본주의는 그런 의심과 불안을 무기로 끊임없이 생존해나가는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당장의 현명하고 균형 잡힌 소비 자체를 포기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좀 아닌 것 같고요. 저도 그 점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우석훈 박사가 계속 농촌 가야지 농촌 가야지 하는 말이 좀 이해가 되는 듯도 싶고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08 03:25
맞는 말씀입니다. 자본주의의 의심과 불안이라는 지적에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도 '소비하지 않는 삶'에 대해 자꾸 상상하고 연습을 해봐야 하는데... 의심이 들고 불안하기부터 하네요... 편리한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일이리란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kkkclan at 2009/03/08 15:32
소비는 습관이랄까요. 그러나 나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모두 바뀌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소비하게 되는 원인이 어딘가에 있다면, 전체의 구조 자체를 뒤집어야 실질적인 변혁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으... 박노자씨 저 글을 다시 보니 좀 뜨끔하군요.
결국 생태적 혁명 또한 현대 자본주의의 기반 아래에서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다면.. 제가 인터넷을 끊을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3/09 01:07
제 평소 생각도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과연 인류는 이런 생활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일까요? 환경을 고려할 때, 대안적 생활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좀 심경이 복잡해집니다. 일단 우리 세대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될는지요... 아무튼 1-2년 사이에는 인터넷을 끊을 일은 없겠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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