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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리 연주회 - 환호성보다 인상 깊은 '탄식'



그저께 윤디 리 연주회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청중 가운데 어떤 분이 우렁찬 박수
못지 않은 찬사를 보내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찬사는 무대까지 결코 전해지지 않았
을 겁니다. 작은 한숨소리였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어떤 환호성 못지않은 감동의 표
현이자 연주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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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 리(
李雲迪 Yundi Li)는 젊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저께 연주 역시 자신감이
가득한 연주였습니다. 거침 없더군요. <전람회의 그림>을 그렇게 연주하는 건 처
음 들어봤어요. 프롬나드부터 달리더니, 2곡 '옛 성'에서 벌써 정념이 넘쳐납니다.
4곡 '비들로(소달구지)'를 듣는 걸로 착각할 정도였어요.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6
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쉬무일레(표기가 이게 맞나요?)'였습니다. 원래 이 곡은
두 사람을 그린 그림을 보고 지은 곡이라지요. 마르고 비굴한 소심남과 풍재 좋고
거만한 부자양반. 두 사람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했습니다. 피아노 한 대로 어떻
게 저런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지, 놀랍더군요. 라벨의 관현악 편곡이 부럽지 않달
까요. 이러다보니 조금 과열이 됐는지, 9곡 '바바야가'는 좀 불안해 아쉬웠습니다.
그런 스타일로 연주하니 어쩔 수 없었겠죠. 마지막 곡은 끝내줬습니다. 완전히 압
도당한 청중들은, 곡이 다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앉아있었답니다.     .



저는 3층에서 들었는데 침묵 속에서 제 뒤에 앉은 어떤 사람이 작은 소리로 탄식
을 하더군요. "으아, 잘친다." 그리고 한참후에야
박수가 시작됐습니다. 음악회장

에서 '브라보'도 듣고 '앵콜'도 듣고 휘파람소리도 듣고 별걸 다 들어봤지만 청중
한숨을 쉬는 연주회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윤디리는 듣지 못했겠지만, 연주
자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을까요.                                       .



+


유튜브에 올라있는 윤디 리의 "b단조 소나타"에요. 4악장을 개인적으로 좋
아해서 걸어놨어요.    http://www.youtube.com/watch?v=Id5zPCP9oW8
(근데 유튜브에 있는 것보다 한국공연때 들었던 연주가 더 나은것 같네요.)



참 신기한 사람입니다. 몇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도 공연을 보러 갔더랬습니다. 당
시 친구가 저를 불렀어요. "윤디리 아냐?" "누구?" "쇼팡콩쿨에서 상받은 중국청년
이란다." "쇼팽은 별로 취향이 아닌데." "내가 표줄게. 가자." 연주회표를 준다는데
마다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웬 걸? 그때 레퍼토리는 쇼팽이 아니라 자그
마치 리스트(Liszt)였습니다. 특히 2부에서 리스트의 B단조소나타를 연주해서
랐어요. 뭐랄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더군요.  "이제 쇼팽은 상까지 탔으니 다른 것
도 해볼래요. 나의 리스트는 어떠냐능?"  그리고 이번엔 무소르그스키로 우릴 한번
더 놀래켰습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좌우명이 "새로운 해안으로!"였다죠. 윤디리도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레퍼토리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고 또 부럽네요.   .




참고로 리히테르의 b단조 소나타도 있습니다. 윤디 리도 좋아하지만 역시
리히테르는 신과 같은 경지랄까요. 윤디 리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되지 않을
까 살짝 기대해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_BKi9L4njZ4





by 김태 | 2009/02/22 05:26 | 글그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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