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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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성당의 기억



"전두환 나쁜 XX! 저 XX 때문에 국민들이 다 죽게 생겼어. 저 XX를 내버려 둬선 안 돼!"

이 말은 제가 초딩일 때 한 말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절대로 절대로 뉴스를 아이들 앞에
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거꾸로 아이들이 그런 것에 관심가지면 불호령을 내리던 전형적
인 80년대 소시민이셨습니다. 친척중에 대학생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촌들은 미
국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근처에 대학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데모는 대학갈때까지 구경
도 못해봤습니다. 그러나 당시 초딩이던 저는 정권의 공안탄압대학생 의문사에 대해
서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어디서 정보를 얻었을까요?   .


경향신문 만평입니다. 인터넷판 2월18일자에서 가져왔습니다.



성당에서 주보를 읽고 알았습니다. 물론 어린이 주보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지만, 서울
주보의 펼친 면 왼쪽 하단이었나 오른쪽 상단에는, 5공시절에도 언제나 사회정의에 관한
글이 실렸지요. 한겨레도 없고 시사인도 없고, 프레시안도 레디앙도 없던 시절. '그런 글'
은 단지 서울주보에서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제 경우에요). 그렇다고 한국가톨릭이 사상
적으로 좌파냐 하면 그건 아니지요(87년에 평화신문 사태를 기억합니다). 그러니 주보에
이런 정보들이 실렸던 건, 한국가톨릭에 나름대로 관용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

그리고 그 중심에 김수환 추기경이 있었습니다.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

+

고인이 돌아가셨을 때 이렇게 많이들 안타까워 하는 일은 흔치 않지요. 특히 한국에서.
문익환 목사 돌아가신지 몇 년 후,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데모에 나가봤습니다. 그때
김밥을 사먹었는데, 김밥아주머니가 아무 맥락없이 한숨을 쉬면서 한 마디 하시더라고
요. '문목사님 살아있었으면 오늘 나오셨을 텐데.' 이런 애도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추기경에 대해 추념하다가 묵은 기억들이 두서 없이 떠오르네요.              .

+

추기경의 삶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관용비폭력이라는 오래
된 주제에 다시 생각이 미쳤습니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고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정리
를 해봐야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추모의식이라고 생각이 되는군요.     .






by 김태 | 2009/02/20 02:06 | 비폭력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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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불평불만 : 전여옥 사건과 비.. at 2009/03/09 13:56

... 추기경 서거 후, 비폭력에 대해 고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 관련 포스팅 - http://kimtae.egloos.com/2296087 ) 그런데 전여옥 사건이 터지고 말았어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낄낄' 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고민에빠졌습니다. '나는 폭력 사용을 지 ... more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2/20 02:12
오늘 명동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입관하신 상태라 줄이 금새 짧아지더군요. 성당을 나와서 옆에 평화방송 특집프로그램에 나오신 추기경님을 보고 있으려니까 왠지 눈물이 날 거 같았지요; 괜히 뻘쭘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옆의 아주머니는 이미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계시고... 나는 왜 이렇게도 작고 어리석은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1 20:35
추우셨을 텐데 다녀오셨군요.
Commented by 황제 at 2009/02/20 02:23
이젠 좀 쉬셔야죠....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1 20:35
존재 자체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Commented by LVP at 2009/02/20 03:24
제가 군대에서 (적어도 육군훈련소에서 본) 천주교(가톨릭)의 인상은 ...그래도 기독교 계열 중에서 좀 나은 듯 하덥디다..

2005년 2월인가..그때 천주교 컨테이너 성당(?)과 '이따만한' 개신교(연무대교회) 교회가 있었는데,

미사 시간이였던가..그때 육군훈련소 담당 수녀님께서 종교의 관용에 대해 얘기하시더니

'우리(천주교)는 예전에 남에게 믿음을 강요해서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 라면서 예비신자(?)들에게 타인에게 관용을 보이라고 하시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아..물론 상투스 빠코누스 도미니앙기부스(?) 등 소수는 예외로 칩시다...)

그 이후로 이상하게(?) 가톨릭은 좋게 보이던데, 그로부터 반년쯤 후인가..자대의 바로 윗선임 때문에 개신교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딴 거 없었습니다. 강제로 지가 다니는 교회를 끌고 나오게 하거든요. (물론 타종교 까는 건 옵션이 아닌 최소사양)

진짜 그때 문익환 목사님 생각해서 욜라(?) 참았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그 이후로 천주교 쪽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대하고, 개신교 쪽은 일단 사상검증(?)부터 하게 된 못된 버릇이 생겼지요..라이칸슬로프 괴뢰도당이 들어오고 나서는 특히 더.....





※당연한 거지만, 제대로 된 개신교분들이 타겟이 아니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아우..예전 기억 꺼내려드니 정리도 안되고 횡설수설틱하게 되네요.. -ㅅ-;;; )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1 20:37
한국가톨릭은 여러가지로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교사가 들어와서 전파한 종교도 아니고, 처음에는 다른 신앙체계와 충돌하는 일도 별로 없었고요... 물론 중간중간 문제를 일으킨 일도 적지 않았지만(특히 1900년전후엔 좀 고약한 일이 있었죠), 이후 많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김수환 추기경의 공이 컸다는 것도 사실이겠죠.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21 21:13
라이칸슬로프 괴뢰도당/상투스 빠코누스 도미니앙기부스: 어떤 놈들입니까?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2 05:40
상투스 빠코누스 도미니앙기부스는 그냥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되지 않을까요? ^^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 등 이오니아 학파의 전통에 따라, 만물의 근원은 '주사파'라며 94년에 맹활약하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나아가는자 at 2009/02/20 07:14
김수환 추기경의 국가보안법이나 사립학교법 관련 발언에 대해서 실망하긴 했었지만, 가장 어려운 때에 가장 필요한 일을 해 주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1 20:40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법에 대해선... 사실 열린우리당이 조중동한테 프레임전쟁에서 완전히 당한 셈이죠. 처음에는 '비리사학응징'의 명분으로 시작한 싸움이, 완전히 변질되어 '천주교와 불교 사학을 몰수하고자 하는 좌파 정권'이란 구도로 이행해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연로한 김추기경도 다른 행동을 취할 수는 없었겠지요. 궁금한 건 당시 열린우리당이 그 정도도 생각을 못한 건지 아니면 열의가 없었던 건지... 아직도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됩니다.
Commented by catsbluse at 2009/02/20 11:20
더 좋은 곳으로 편히 쉬러 가셨겠지요.. 그래도 참 안타까운 마음은 어찌할 수 없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9/02/21 20:42
이곳에 더 계셔주셔도 좋았을 텐데요. 불교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어떤 성인이 '나는 아마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왜 극락에 가시지 않고요?'라고 제자들이 묻자, '극락에는 구제할 중생이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 지옥이 내 자리일 것이다'라고 말씀했다네요. 그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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