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09일
에라스무스(16) - 로마와 진시황, 삽질의 대가는
겨울, 용산. 버젓한 동네 사장님은 철거민이 됐고 범죄자로 매도당했고 억울한 시신이 됐습니다. 집권당의 대표란 자(박희태)는 전국이 공사판이 돼야 한다고 했고 지금 공사 때문에 사람이 죽었고 장차 공사 때문에 이 사회는 무너질지도 모르죠.
대규모 개발공사는 예부터 독재자들의 ‘로망’이었습니다. 자신의 기념물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걸까요. 진시황제는 중국을 통일한 후 쉴 새 없이 토목사업을 벌였습니다. 악명 높은 로마 황제 칼리굴라와 네로는 이스트모스 땅을 관통하는 ‘운하’를 파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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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스트모스는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연결하는 좁다란 땅이었습니다(이 이름은 나중에 좁은 땅, 즉 지협 일반을 뜻하는 isthmus란 영어 단어가 되지요). 배로 이동하는 게 익숙했던 지중해 사람들은 이스트모스 지협 때문에 몹시 불편했습니다. 길고 위험한 항로로 멀리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와는 달리) 운하가 제법 필요한 상황이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사람들은 이 운하를 파는 삽질에 부정적이었던 듯합니다. 그들은 이스트모스 공사의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했거든요. 숫제 ‘이스트모스를 관통하다(Isthmum perfodere, 이스트뭄 페르포데레)’라는 라틴어 격언이 생겼다지요. 에라스무스에 따르면 이 격언은 “어떤 일에 있어 성과 없이 굉장히 큰 노력을 쏟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네요. 속된 말로 “삽질한다”는 표현과 마침맞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야심찬 공사를 인간의 지나친 오만(hybris, 휘브리스)으로 여겼던 걸까요? 오만한 인간은 결국 신의 분노를 산다고 그들은 믿었으니까요. 그러나 단지 그런 종교적인 심성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마천은 진나라 장수 몽염의 전기를 썼습니다(<사기>, 몽염열전). 몽염은 진시황제의 명령으로 북방을 방어하며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권력투쟁에서 패해, 자살하라는 명령을 받지요. 몽염은 억울했어요. 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잘못을 지었기에, 죄도 없이 죽어야 하는가?” 한참 있다가 그는 말합니다. “1만여 리에 걸쳐 성을 쌓았으니, 그러는 동안 땅의 맥[地脈]을 끊은 것이 적지 않았겠지. 이것이 나의 죄인가보다.” 함부로 땅을 파는 자는 신의 노여움을 산다는 믿음이,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퍼져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사마천은 몽염의 말을 매섭게 질타합니다. “(만리장성은) 백성의 고통을 무시하고 벌인 사업이었다. …몽염은 황제를 설득하여 민중의 가난을 구제하고 노인과 고아를 보살펴 백성의 화합을 도모하기는커녕, 황제의 비위나 맞추려고 토목공사를 벌였던 것이다. 그러니 죽어 마땅하지 않은가? 어찌 지맥을 끊은 것에 죄를 돌리려 하는가!” 사마천이 보기에 땅의 신에게 저지른 죄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을 돌보지 않고 토목공사를 밀어붙인 죄, 그게 진짜 큰 죄악입니다. ‘죽어 마땅한 죄’라고 사마천은 말합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서울에서만 재개발 사업으로 15만 가구의 삶터를 밀어버리겠답니다. 이 정권은 인간은 돌보지 않고, ‘건설자본의 비위나 맞추려고’ 공사나 벌일 뿐입니다. 이 죄는 또 얼마나 큽니까?
죄를 묻고 싶었습니다. 건설자본의 비위나 맞추려고 사람들을 때려
죽이고 태워죽이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정권의 죄를 묻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곁에 달라붙어서 앞뒤도 안 맞는 말로 법질서가 어떻다느
니 떠들어대는 자들의 죄 역시 묻고 싶었습니다. 그들모두는 살인의
공범들입니다. 그들의 손에 묻은 핏값을 어떻게 물어야 할까요? .
+
뉴스만 봐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세상이 좋은 세상일 리 없습니다.
내일 오전, 김석기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
나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문제는 김석기가 아닙니다. 자진사
퇴해봤자 상식선에서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이고, 만에 하나 내일 기
자회견을 취소하고 버티기 전략으로 간다면, 그 이하로 가는 것이죠.
(이명박 같은 자가 대통령이라서, 상식 이하로 대처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오 마이 갓입니다.) 어느 쪽도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돈 때문에 죽이지 않는 것, 죽여놓고 모른 척하지 않는
것, 돈 타먹고 죽인 자 편에 서지 않는 것. 그게 문제의 핵심일텐데요.
# by | 2009/02/09 22:18 | 고전어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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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로의 경우는 일종의 실업률 해소라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요. 칼리굴라의 경우는 거의 삽질이라는게 정설입니다.(물론 그가 당하다 시피한 기록말살의 문제가 있었지만요)
ps: 수에즈 운하에 대한 개념은 사실 "시저"조차도 했지요. 아랍에서도 비슷한 공사를 하긴 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수에즈 운하를 팠던 레셉스가 파나마 운하 사업에서는 삽질을 반복해서 쪼올딱 망해서 옥살이를 했습니다만(우리의 쥐대왕은????)
예나 지금이나 민생이란 선정의 근본인데 말입니다...
물론 마키아벨리가 주창한 건 공화정 -지방(?)에 따라 과두정 지지자라 실제론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뭔 짓이든 해라.' 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도 도덕의 중요성을 '군주는 도덕 위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덕은 군주의 지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지요.
'마키아벨리스트의 원조(?)'인 마키아벨리조차도 하지 말라고 하는 짓만 골라서서 하는 이놈의 라이칸슬로프 괴뢰도당은 생물-생태학적 관점에서 연구해야할까요? 아니면 심리학/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연구해야 하나요? 그것도 아니면 이것들이 따지고 보면 일본과 더불어 세계 유일의 언데드 서식지니, 초자연적/심령학적 차원에서 연구해야할지 참으로 헤깔립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백과사전을 편찬한 지식인/계몽사상가들을 도로 불러와서 언데드 교화를 의뢰하고 싶어도, 그쪽에서 중추신경회로 과부하로 머리 싸매다가 사망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