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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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4) - 부엉이를 아테네로 ululas Athenas



MB정부가 또 거짓말합니다. 감세안을 발표해놓고
그게 경기를 살리는 길이랍니다. 아니,지금까지
도세
상속세가 높아서 경기가 나빴다는 건가요?
한 마디로 '미친 X들'입니다 -아, 두 마디인가요.

경기가 나빠서 어려워지는 건 서민생활입니다.  그
건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보듬어 주라는 게 상식
이겠죠.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챙겨주는 건 부동산
부자들과 세습부자들
이죠 -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사람한테 돈을 보태줍니다. 이건 어리석은
입니다.  이런걸 보고 에라스무스부엉이를 아
테네로
가져가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




부엉이를 아테네로 ( 울룰라스 아테나스 ululas Athenas )

 

     ‘부엉이를 아테네로(ululas Athenas, 울룰라스 아테나스)’ 가져간다는 격언은,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는 말입니다. 왜 어리석은 짓일까요? 도시 아테네의 수호신이 바로 아테네 여신이었고, 그 상징이 부엉이였거든요.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는 헤겔의 유명한 말에 등장하는 미네르바가 로마 신화에서 그리스의 아테네에 해당하는 지혜의 여신입니다. 그래서 아테네에는 예부터 부엉이가 지천으로 널려있었다지요.



     그러니 아테네에 부엉이를 데려와 팔려 하는 것은 ‘북극에 가서 선풍기를 파는’ 꼴이랍니다. 그림 속의 인물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쓰러져 있네요. 푸젤리가 그린 이 그림의 원작은 <악몽>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어요. 악몽과도 같은 실수랄까요. 비슷한 경우- 한반도는 이미 3면이 바다이고 고속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내륙수운에 의존할 필요가 없지요.
중단인지 보류인지 아직도 오락가락하는 대운하 사업이야말로, ‘부엉이를 아테네로 데려가는’ 무모한 짓거리며 이 시대의 ‘악몽’이 아닐까요?






     에라스무스는 이 격언의 뜻을 확장하여, 식견 있는 분 앞에서 잘난 척 나서는 사람을 나무라는 뜻으로도 사용합니다. 시인에게 시를 보내려 든다거나,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주제 넘는 행위를 꼬집는 겁니다. 시쳇말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일이고, 동양식으로는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겠지요.




     그런데 이 말의 유래에 대하여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서 부엉이란 정말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옛날 아테네 사람들이 금화나 은화에 부엉이 모양을 새겼다는 겁니다. 아테네는 무역으로 발전한 상업 도시였고, 전성기 때에는 동맹 도시들의 군자금을 유용하여 자기네 살림에 보태 쓰기도 했대요. 돈이 부족하지 않은 도시였으니, 주화마다 새겨진 부엉이 또한 어디에나 많았겠지요. 이렇게 부엉이(돈)가 많은 도시에 또 부엉이(돈)를 보태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봅니다. 위정자들은 이미 돈이 많은 이에게 더욱 많은 돈을 보태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각종 감세는 돈 많은 이의 주머니를 더욱 두둑하게 하고, 규제 철폐는 시장에서 힘센 이에게 힘을 보태주지 않을까요? 보완책도 없이 밀어 붙이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면에는, 혹시 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주는 대가로 농민과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포기하겠다는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요?



     부유한 이웃이 더욱 부유해지는 동안 가난한 이웃은 더욱 굶주리게 되겠지요. 양극화가 깊어지면 그 벌어진 틈새에서 증오와 공포가 자랄까봐 걱정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삶은 ‘악몽’에 다름 아닐 터, 앎을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 필로소포스)이라면 이 악몽이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



6월 말 <한겨레>에 실렸던 글입니다.
이 글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번번이 늦게 마감하는 것이 미안하여,
6월10일에 일찌감치 드렸던 글인데요,
안하던 착한 짓을 해서 그렇게 된건지
그만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

대운하사업은 어리석은짓이라고 까는
부분이 있었죠.그런데 신문 나오기 며
칠전에 MB가 운하보류를 선언해버리
더군요. 운하를 당장 안판다니 참으로
기뻤지만,  나중에라도 운하를 파겠단
건지 말겠다는건지 알수 없어 혼났죠.

이거,글을 바꿔야할지 말아야할지! 암
튼 적당히 수정을 하긴했지만- 정부가
솔직하지 않고 오락가락 꼼수만 쓰니,
저 같은 서생까지 피해가 미치네요.^^


by 김태 | 2008/09/02 05:30 | 고전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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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解明 at 2008/09/02 10:45
설득력 없는 설득을 듣고 있으려니 괴롭습니다.
Commented by 간달프 at 2008/09/02 13:25
정말 이 말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 http://lordking.egloos.com/1992616
Commented by LackSuiVan at 2008/09/02 17:23
우리 세금 감면했어염 헤헤 쓰다듬어 주세염.....이 딱 2mb마음 같네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8/09/03 01:43
解明님, LackSuiVan님 : 종합하여 말하자면,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해놓고도 MB는 칭찬을 바라고 있다는 상황이로군요. 아, 괴롭고 말고요.
간달프님 : 오오, 명문귀족 사이온지 아저씨로군요. 아마 피 색깔이 우리랑은 다를 겁니다.^^ 그나저나 저 말을 9월1일의 명언으로 선정한 센스는 상당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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