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글루스 | 로그인  


스티븐 킹의 경험 - 글 다듬기 (1)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에서 권하는 글쓰기 비법이란, 결국 날마다 꼬박
꼬박 쓰라는 거였어요. 글 실력이 는다는 거죠  - 그런데 글 실력이란 게 뭘까요?

저자 W.Zinsser


윌리엄 진서의 말은 이어집니다 : 25글쓰기 실력은 필요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걷어낼 수 있느냐에 비례한다...자기가 쓴 글의 단어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아무
쓸모 없는 단어가 많은 것에 놀랄 것이다.
                                                  .


스티븐 킹이 학창시절에 했던 경험이 바로 이것입니다. 소설보다 재밌다는 그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면, 이런 사건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딴지일보같은 것을
만들다가 걸려 교장선생한테 혼쭐이 난 다음, 그래도 재주가 아까우니 지역 신문
사에 가서 일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 65 그 동안 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
데 나의 '대책없는 글재주'를 좀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방법을 궁리했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스본의 주간신문 편집장 존 굴드에게 문의한 결과 스포츠
담당기자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학교측이 나에게 그 일을 하라고
'강요'할수는 없었지만 교무실 안에서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생주임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안 하면 죽는다.'  물론 피해망상일지
도 모르지만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



경과가 어찌되었건, 결과는 좋았습니다 : 61...(나는) 글쓰기에 대하여 지극히 중요
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67 그날 이후에도 나는 리스본 고등학교를 2년더 다니
면서 영어를 배웠고  대학에서도 작문과 소설과 시를 공부했다.  그러나 존 굴드는
겨우 10분 사이에 그 어떤 강의보다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굴드가 그
검정펜을 휘두르며 어떤식으로 문장을 고쳐나갔는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68 어째서 영어 선생님들은 이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



스티븐 킹은 친절하게도 예까지 보여줍니다 : 67 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았다.



중딩 내지 고딩이었던 스티븐 킹은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감명받기도 하고, 또
무안하기도해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 68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할거에요."

그러자 굴드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게 정말이라면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다.
이짓만 해도 될테니까. 고친 부분에 대해 설명해줄까?"


"필요없어요."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해."


*

뭐 스티븐 킹이야 워낙 이야기꾼이니까... 글이 재밌는건 둘째 치고라도...

도움 되는 이야기입니다. 만화 스토리를 짤 때도 들어맞는 말이지요. 플롯과
직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어찌나 많이 끼어들어가는지.  정말 글을 다듬고
스토리를 다듬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겠죠.               .


by 김태 | 2008/08/31 15:54 | 작법론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kimtae.egloos.com/tb/199018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L_Psyfer at 2008/08/31 18:50
공감가면서, 동시에 뜨끔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글을 쓸때 잘쓰고 싶다는 욕구가 괜시리 글을 장황하고 난잡하게 만들곤 하는데, 나중에 다시 읽고 쓸데없는 부분을 쳐내고 나면 처음쓴 분량에 절반만 남아있더군요. 문제는 그렇게 아름다운(그렇게 생각한) 쓸데없는 것을 쳐낸 이후가 더욱 깔끔하고 인상적인 것입니다.
매번 장황하게 글을 쓰고, 그만큼 다시 고쳐쓰고 다시금 깨닫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
Commented by JINN at 2008/08/31 20:00
아이구 언제나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김태님&스티븐 킹 아찌에게 따불로 감사드립니다.
존 굴드, 스티븐 킹의 설리번 선생님이었군요.
Commented by 하리 at 2008/08/31 23:08
수학자 파스칼이 어느날 친구에게 '수십장'의 장황한 편지를 써보내며 추신으로 붙인말, "친구여, 미안하네. 짧은 편지를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네."
Commented by 김별다비 at 2008/09/01 18:30
누군가, 자기 글을 소름끼치도록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은 퇴고라고 했던 것 같아요. 저같은 자뻑쟁이는 아직 멀었......;;; ㅋ
Commented by 김태 at 2008/09/01 21:03
면목없는 주인장입니다. 마감 때문에 늦게 덧글 답니다.^^;
L_Psyfer 님 - 저는 절반보다 더 많이 잘라내겠던데요. ^^ 윌리엄 진서 아저씨도, '퇴고를 해보면 절반정도 줄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네요. 절반이 평균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JINN님 -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다는 말씀, 만화가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고, 아마 스티븐 킹 아저씨에게도 가장 듣기 좋은 말일 것 같습니다.
하리 님 - 파스칼 이야기는 모르던 것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음,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말이군요.
김별다비님 - 자기 글을 자기가 당장 고칠 수 있다면 거의 신(神)이겠지요.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