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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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3) - 못을 못으로 뽑다, 선거의 비극



이명박이 12월에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4월에 국회 독식하는
꼴을 보면서 6월에 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그 뒤로도 끔찍
한 일들이 계속되었군요...  쥐가 들끓으니 사람이 피신해야
하는 건지요. 하멜른의 피리 사나이가 필요할 때입니다. 윽.

누가 쥐새끼좀 잡아줘.

*
 



못을 못으로 뽑다
 clavum clavo pellere, 클라움 클라우오 펠레레



    ‘못을 못으로 뽑는다(clavum clavo pellere, 클라움 클라우오 펠레레)’는 격언은, 모질고 나쁜 것을 몰아내기 위해 다시 모질고 나쁜 것을 가져오는 짓을 말합니다. ‘쐐기를 쐐기로 뽑는다’고도 하고요. 못이나 쐐기는 찌르고 가르는 무시무시한 도구입니다. 그런 도구를 제거하기 위해 다시금 못이나 쐐기를 쓰다니, 좀 우울하지 않나요? 어떤 설명에 따르면, 찰흙에 박아 놓은 못을 다른 못으로 쳐서 뽑는 놀이로부터 이 격언이 유래하였다고도 하는군요.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도 낯이 익네요. 더위로 더위를 잡는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외적으로 외적을 물리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도, 못으로 못을 뽑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새 못이 헌 못보다 더 나쁘지 않다면 다행이지만, 새 쐐기가 먼젓번 쐐기보다 지독한 경우도 종종 봅니다. 이 그림의 원작은 조선시대의 무예교본인 <무예도보통지>로, 그 책에는 똑같은 인물이 약간씩 다른 자세를 한 채 영화필름의 연속사진처럼 빼곡히 들어차 있답니다. 시쳇말로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림에서도 별다르지 않은 인물들이 별다르지 않은 못을 들고 다투고 있군요.



    요즘 세상도 별로 나을 것 없지요. 이 격언은 우리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실망시킨 위정자에게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후보를 찍는 것 말고 뾰족한 수가 없고, 말썽을 일으키던 장관들이 물러나도 비슷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임명되는 상황. 새로 뽑힌 사람이 먼저 사람보다 과연 나을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 입은 팬티를 벗고 어제 입던 팬티로 갈아입는 꼴’에 지나지 않으면 어쩌지요? 주민소환조차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마당에 가까운 선거까지 무작정 기다리면서, 분노와 억울함이 우리를 좀먹도록 내버려둘 수밖에는 없는 걸까요?





  너무 원통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에라스무스는 다음과 같은 희망 역시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이 격언은 과오를 과오로, 죄악을 죄악으로, 잔꾀를 잔꾀로, 무력을 무력으로, 무모함을 무모함으로, 비방을 비방으로 몰아내는 경우 등에 어울리는 말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곤경을 다른 곤경으로써 극복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정을 힘든 노동으로써 극복하며, 사랑의 열병을 보다 숭고한 열정으로써 다스리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삶을 피폐해지도록 만들지 말고, 우리 역시 ‘숭고한 열정’을 가져봅시다.




  한용운 시인 역시 이러한 희망을 노래하였지요. 권세 있는 자들에게 온갖 모멸을 당한 후, 절망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려던 찰나, 시적 화자는 ‘숭고한 열정’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에 대한, ‘님’에 대한 열정 덕분에 그는 평생 희망을 잃지 않고 뜻을 얻었던 것입니다.


by 김태 | 2008/08/27 04:12 | 고전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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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ckSuiVan at 2008/08/27 17:41
아무리 쥐새끼가 날뛰어도 희망은 존재해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8/08/29 15:49
그러게요. ^^ 저렇게 날뛰다가 곧 사지를 뻗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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