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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사리인가? - 조르조 바사리 (1)

 

작가는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한다”는 윌리엄 진서의 조언대로라면, 진작 이런 질문부터 던져봤어야 해요 : 나는 왜 바사리에 관심을 가지는가? 



윌리엄 진서의 조언에 대해서는 :

 

바사리의 자화상이에요 (부분)



일단, 바사리는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에요. 화가이기도 했지만 르네상스 최초의 미술사가(美術史家)였거든요. 그러니까 사마천이나 헤로도토스 급이랄까요. 이 점이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연재 초반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멋쟁이 후배랑 밥을 먹다가 “그러니까 바사리가 실존인물인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아차!” 싶더군요. 저보다 아는 것도 많은 친구인데, 그런 친구가 그 포인트를 놓쳤다는 건 오롯이 내 실수입니다.


바사리가 중요인물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독자님들이 바사리 꼬마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였을 텐데요. 단행본에서라도 확실히 짚어줘야겠어요.


    다음으로, 나는 바사리 인물 자체에 대한 흥미가 있었어요. 본인 스스로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를 알아보는 재능을 가진 바사리. 게다가 남의 천재성을 영영 증언하게 될 운명이었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여러분도 흥미롭지 않나요? 단행본에서 분명히 밝혀주고 싶네요.


특히 그 어린 시절이 흥미롭습니다. 아레초 구석의 조르조 바사리. 아무 빽도 없고 연줄도 없던 꼬마. 그런데 나중에 문화의 중심지 피렌체에서 화가 아카데미의 설립자가 되고 수집가이자 역사가로 맹활약합니다. 어떻게 그런 거물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보면 확실히 사연 있는 꼬마인 셈이죠.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인데, 이 점을 더 부각시켜 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 객관적인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나는 나름 열심히 공부하여 준비했어요. 사료와 영어 논문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떻게 하면 더 드라이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 그러나 그건 잘못된 방향이었습니다. 머리로만 접근했지, 가슴이 없었어요.


독자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래, 네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알았어. 또 무슨 정보를 전달하는지도 알겠고. 그런데 넌 그 정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니?” 음. 대답할 말이 없군요. 한번 더 매섭게 따져봅니다. “그 정보들에 대한 네 감정은 뭐야? 독자인 나한테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 뭐냐고.”


물론 할 말이 없죠. 나는 그저 그 정보와 인용들 뒤에 숨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욕먹기가 싫어서. ‘미술사 전공자도 아니면서, 주제넘게 네 의견을 제시한단 말이야?’하는 이라도 비난이라도 행여 듣게 될까봐. 그래서 나 자신의 감상과 감정은 최대한 숨긴 겁니다.


 

서경식 선생은 서른 두 살에
서양 미술 순례를 떠났어요.



여름, 시사in 원고 때문에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미술순례>를 읽게 되었지요. 서경식 선생의 글이니만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읽었지요. 아, 그런데,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도 너무 크게 다른 거에요. 서경식 선생은 <캄뷔세스의 재판> 그림의 왼쪽발목을 보다가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고, <반항하는 노예>를 보다가 감옥에 있던 을 떠올리더군요. 선생이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랬겠어요? 절대로 절대로 아니지요. 선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의 글이 가지는 은, 그 감동은, 오롯이 그 때문이더군요. 선생의 인생이 담긴 글이니까요.




그래요. 숨기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감정을, 미켈안젤로에 대한 감정을, 바사리에 대한 감정과 솔직한 생각을. 나는 솔직하지 않았어요. 독자님들이 값싼 정보의 나열을 원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나처럼 그 정보들 뒤에 숨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바사리 이야기도 조만간 단행본으로 1권 분량을 묶을 터. 나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를 판다는 것’에 대하여.


by 김태 | 2008/08/16 02:51 | 미술사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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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Osudy dobrého vo.. at 2008/11/03 04:58

... http://www.tamgudang.co.kr/product.html?productid=234 전 3권 9만원.... 만만찮은 텍스트구나...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단행본이나 기다려야 하나... 클릭 쿨럭 그나저나 십자군 이야기 3권도 준비중이신듯. 파이팅 김태님! ... more

Commented at 2008/08/16 10: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8/08/16 18:26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글쓴이가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읽는 이는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까날 at 2008/08/16 12:11
포인트는 '단행본'......
Commented by 김태 at 2008/08/16 18:28
까날 님 : 포인트가 '단행본'에 맞춰져 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1) 단행본 묶을 때가 지났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는 점이 한 가지고요, (2) 연재 때 아쉬웠던 점을 다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단행본 묶을 때이기 때문이란 점이 다른 한 가지입니다. 뭐, 구상과 연재 맨처음부터 아쉬움 없는 원고가 나와준다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이유도 없겠지만요. 6^^;
Commented by 책벌레 at 2008/08/16 20:51
조르지오 바사리는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미켈란젤로의 전기를 쓴 작가이더군요. 어쩌면 어릴적 읽었던 미켈란젤로 전기(계몽사 판)도 조르지오 바사리의 글을 근거로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8/08/22 11:45
아. 위키까지 찾아 보시다니요. ^^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쇄 마감 크리에 걸려서. (1) 바사리는 미켈안젤로를 포함한 르네상스 수십명 작가의 전기를 썼습니다. 물론 그 주인공은 미켈안젤로였지요. (2) 미켈안젤로의 전기 또 하나는 콘디비라는 사람이 썼습니다. 바사리도 쓰고 콘디비도 쓰고, 그 둘에 근거하여 나중에 로맹 롤랑이 쓴 전기와 어빙 스톤이 쓴 전기소설이 있습니다. 아마 계몽사 판 전기의 근원도 바사리까지 올라가겠지요. ^^
Commented by 간달프 at 2008/08/17 03:12
단행본화 되는것이 중요하지요. 결국 잡지본을 손에 드는 사람보다는 단행본을 손에 드는 경우가 덕욱 많으니까요. 정말이지 십자군 이야기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1권을 보면 특히나요. 뭐, 어쩔 수 없는 경우였지만 2권에서부터 위트가 두배로 살아나는것이, 아아 1권도 이랬다면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습니다요. 뭐, 원래 1권이야 작가의 초기성향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니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지만요. 그런데 2권에서는 프레시안 연재분의 내용들 중 빠진부분들이 있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어흑, 왕자병 걸린 프랑슈 왕자님 이야기는 정말 아쉬워요;ㅅ; 권당 5년에 한번 나와도 괜찮으니 스티븐 런치만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거작이 나왔으면 합니다요;ㅅ; 나가노 마모루 - '파이브 스타 스토리' 작가는 뭐 7년만에 한권도 냈는걸요. 탐정 바사리도 엄청 기대됩니다. 이제 어느정도 숙련된 솜씨이신만큼 더 좋은 내용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구요.

위안의 말씀 한마디 드리자면, 움베르토 에코가 말했지요. "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적어도 내가 전달하는 지식을 다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내 프라이드다." 라고.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가 옆에 없어서 의역해석(;;) 한 점을 용서해 주시길 ㅎㅎ

ps 김태님,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어어어!!!!

http://life.jknews.co.kr/news/books_books1739.htm

나, 나오고야 만 것입니다! 이제 대광서림의 한자체 해석은 필요 없게 된것이죠, 예에!! 뭐, 기번 옹의 잡담을 보는 것 또한 재미라면 재미이겠는데 그것이 대폭 없어진 것은 좀 많이 아쉽지만, 뭐 나중에 동로마를 엄청 씹어댔을테니 soso 하네요 헤헤;ㅂ; 영어판 원서를 사서라도 나머지 각주들을 자체번역 해야되나 OTL

에에, '저것'이 나온 것을 기념으로 해서 한 말씀 올리는데, 혹시 '저것'의 만화화 계획은 없으신지요? "에에~!? 무슨~! 내 작업 속도를 보라구~!"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작권도 만료된 지 오래겠다, 꼬장꼬장 기번영감의 시각이 아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저것'을 보고자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 바. 한번, 어떠신지요?
Commented by 김태 at 2008/08/22 11:49
댓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쇄 마감과 행정 업무 크리로 그만... 4-5일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강7호의 주성치같은 몰골입니다. 기번 영감님의 책은 대광서림의 이인직 안국선 신소설에 필적하는 '국한문혼용체'가 재미있었는데요.^^ 기번 영감님 책은 십자군 그릴 때도 많이 참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만화화하기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닌데, 기번 선생의 잡담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6^^;
Commented at 2008/08/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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