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30일
이명박의 기적
취임 100일을 앞두신 우리 이명박 대통령님, 하는 일도 없이 기적을 이루셨습니다!
4시간만 주무시고 남는 시간 온종일 여기저기 뭐 줏어먹을 거 없나 쫄래쫄래 다니며
[먹는 이명박]의 몸개그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시던 대통령님, 몸소 경제를 살리겠
다더니 100일 동안 꼴랑 전봇대 두 개 뽑고, 애먼 톨게이트 하나 작살내고, 진짜로
아~무것도 하신 게 없으시더군요. 환율도 올리려고 올린 게 아니죠. 환율 난리나서
나라 안에서도 밖에서도 개입하라고 독촉인데도 끝내 개입을 안하셔서, 환율만 더
팍팍 올리셨지요. 하여, 마치 고도성장의 신화라도 재현하듯, 다른 나라 기름값 2배
오를 때 우리나라 기름값 3배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신 게 아니겠습니까? 대단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님, 기적을 이루셨습니다. 어제와 그제, 저는 촛불
을 들러 나갔더랬지요. 그 자리에서 놀라운 광경들을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수많
은 청소년들과, 예비군복입은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여러
깃발들을 보았으며, 새벽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들어가자, 여러 지역의 시민들이
올려놓은 글이 있었습니다. 아, 이것은 놀라운 이명박의 기적입니다! .

금 행동에 나서게 까지 하시었습니다. 전교조가 20년간 이루지 못한 일을 이명박은
2개월만에 이루어 낸 것입니다. .
예비군복입은 군필자들과 맵시있게 차려 입은 커리어우먼들이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어제 집회에서 군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앞으로 줄을 맞춰 달려 나가
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더군요. 사실 이에 비하면, 예비군의 놀라운
진화 정도는, 그 기적의 부수적 효과에 지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
박정희 대 김대중 선거 때부터 불거져 나온 끔찍한 지역감정을 해소시키는 물꼬를
터주신 것 역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어제 집회 후기 글들을 보는데, 부산 시민들
이 서울시민에게, 또 광주시민에게 애정어린 글들을 남겨주었습니다. 또 부산시민
들의 집회에 대해 다른 지역에서 경탄하는 글들을 보내주었더군요. 아. 놀라워요.
그리고 세계의 강대국들을 하나로 묶는 놀라운 일을 하셨습니다.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서로서로 사이가 나쁘고 무슨 일에 있어서건 대립하는 입장을 취해왔건만,
이명박 대통령님의 방문 앞에서는, 하나같이 홀대하는 태도를 취하여, 서로의 공통
된 식견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의 발견이야말로, 세계 평화를 위한 하나
의 작은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어서
합류하도록 해봅시다. .
게다가 어제는 사라졌던 깃발들이 살아돌아왔더군요. 서총련, 한총련, 각 학생회
깃발들이 올라오고, 옛날에는 없던 깃발들도 새로 등장하였습니다. 90년대 초중
반을 거리를 수놓던 깃발들이, 다시 살아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좋은 현상일까요?
솔직히 사람마다 다른 생각이 들 것 같긴 합니다. 예컨대 저는 한총련 깃발 같은 경
우엔 별로 반갑지 않았거든요. 다르게 생각하실 분도 많겠지만. 아무튼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정작 깃발은 들지 않았지만, 80년대 거리를 누비던 넥타이부대
중년 신사들이 양복을 입은 채 거리로 다시 나선 것입니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
리고 길로 나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은 시민들 마음 속에 꺼져가던 민주주의
의 기억을 되살리시는 놀라운 일을 이루신 것입니다! .
이 모두 목적을 위해서는 스스로 망가지고 지탄을 처먹는 것을 두려워 않으신
우리 이명박 대통령님의 살신성인의 실용주의라고나 할까요! 이것저것 먹으시
다보니 이제 남은 것은 '욕'먹는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도달하셨나보군요. .

자, 이제 이런 기적을 보았으니, 어찌 하면 좋을까요? 저는 만화가이면서 고전학
을 공부하는 학생이기도 하니, 그리스 로마 고전에서는 이럴 때에 감사의 제물을
잡아 바칩니다. 아, 좋습니다. 우리도 이 축제의 장에 제물을 XX하여 바칩시다.
아무래도 이것조차 이명박 대통령님이 제공하실 것 같습니다. 조만간 한국에 돌
아와서 제물로 바쳐지시겠다고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귀국을 환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서 오셔서 우리 시민들의 제단에 올라 가 누우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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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5/30 14:47 | 글그림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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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신이 올림푸스 산에서 내려와서 너 지금 감히 신에게 쌈거냐? 라고 항의하지 않을까요?
것입니다. 신들에게 MB를 바쳐도 받지 않으실 것이라는 지적, 은근히 동감이
가는군요. 실은 그리스 비극에, [오염된 제의]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제의
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염되어 있다면, 신이 분노하시지요. ^^ 아, 맞습니다.
저 MB란 자는, 제사로 바치는 것 말고 다른 용도에 쓰는 것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정갈한 제물을 써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