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글루스 | 로그인  


총선 일주일, 삶은 그럭저럭,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이야기는 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총선 전후 열흘의 생활을 쓴 내용이라서,
열흘째 이야기는 제일 말미에 간 것이죠.
중간엔 제 작업하고 책 읽은 얘기들이니,
별로 재미는 없어요. 건너뛰셔도 좋을듯.






4월 8일 화요일  - 민생전 마지막 원고를 기도하는 심정
으로 마감넣고, 팝툰 바사리 원고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녁엔 후배들과 함께 연희동차이나타운에서 왕만두와
소계 등을 먹었습니다. 요즘 소계에 필이 꽂혀서 가끔씩
먹고있습니다. 집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더군요.냠냠.
이번 팝툰 원고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이 지나간 다음,
회한에 잠긴 보티첼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말년의 보티
첼리는 무지하게 우울했던 듯, <미술가열전>에서 바사
리는 그런 보티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하는 어조
로 다루고 있답니다. 그림은 자기 젊은시절 스케치들을
불태우는 보티첼리의 모습입니다.  그의 소중했던 사람
들이 연기속으로 뭉게뭉게 지나가고 있지요. 이런 내용
을 그리다보니, 아무래도 센티멘털한 기분이 됩니다만.






그래도 마감 끝내고 마냥 홀가분했죠, 이때만 해도. 휴!
앞으로 일주일-센티멘털과 우울은 이제 막 시작이었죠.






4월 9일 수요일 당일 - 개표방송을 숫제 안 보고 결과만
나중에 뉴스로 보려고 했습니다만..그날 TV에 지인들과
함께 운영하는 홍대앞 북카페가 잠시 나온다 하여 TV를
틀었다가 그만 못볼 꼴을 잔뜩 보고말았습니다. 뭐 짐작
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더군요.  그때
친구가 문자보냈어요. 호메로스공부하러 스위스에 나가
있던 친군데(제 희랍어 선생님이기도 하죠) 모처럼 한국
들어왔다가 TV에서 끔찍한 꼴을 본 거죠. 그래서 집앞에
잠깐 만나 맥주를 마셨어요...선거결과, 솔직히 생각보다
끔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생각 자체가 워낙 끔찍했
기 때문에, 선거결과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4월 10일 목요일 - 새로운 농담이 몇 가지 생각났습니다.
그중 하나가, 세상을 등지기로 했다...는 것인데, 사실 뭐
어차피 직업도 만화가인데다가,   공부하는 내용도 희랍
고대문헌인지라,  세상을 등진다 해도 별로 달라질 건 없
는 생활입니다. 세상을 등진 만화가랄지, 세상을 등진 고
전학자랄지, 이런 표현들은 사실상 동어반복에 해당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이날, (1) 초상집 기분이었고, 또
(2)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3권을 읽었는데 - 그 내용인즉,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가 고향에 오지
않는 걸 보면, 필경 멀리서 죽었으리라고 확신하는, 다소
애잔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아버지 오뒷세우스는 그때
살아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뺑뺑이를 돌던 무렵이었지요.

이번 봄 문학동네 청소년계간지에 했던 일러스트에요. 강
대진 선생님 글에 붙였던 거죠.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에 맞춘 글인데,   그림은 제법 유쾌
하지만, 내용은 슬펐답니다. 일리아스를 전쟁문학이라 본
다면, 오뒷세이아를 전후문학(戰後文學)으로 볼 수도 있
대요...아무튼 그 이야기는 다음에 좀더 다루고 싶습니다.



아무튼 이날은 (중간과정 생략하고) 결국 제가 초상집
다녀오는 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는 선생님의 아버님
이 돌아가셨대요.오뒷세우스는 결국 살아서 돌아왔지만,
6.25참전하셨던 그 아버님은 긴 투병끝에 돌아가셨대요.
바라건대, 저승엔 전쟁도 상처도 고통도 질병도 없기를.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곳에 가야만 하니까요.
물론 나로서야, 천천히 갔으면 좋겠습니다만!







4월 11일 금요일... 새 건물에서 하루종일 행사를 하고
나니 새집 증후군이란 게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
가 띵하고 코가 밍밍하고 고생입니다.   아이고아이고.






4월 12일과 13일. 주말에 일을 했습니다. 하기는 했는데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네요.웬일인지 이 날도 우울한 글
만 잔뜩 읽게 되었습니다. 요즘 20세기세계사에 대한 연
대기를 구상하는데, 그 첫머리에 들어갈 내용으로, 인간
동물원이라는 게 있어요.  요즘 호주에서 한다는 것과는
다른 겁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미개인동물원인 거죠.
다른 문명의 사람을 적당히 꼬셔다가,  미개인으로 전시
하는 겁니다. 신체 부위부위를 측정하여, 유럽의 이른바
문명인(즉 자기들이죠)과 비교하는 거고요. 아이고,정말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토할 뻔 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속
이 역겨워지더군요.  <동물원의 탄생>이라는 책,좋네요.

우리가 잊고 있는 역사가 있는데, 이와 똑같이 20세기초
일본에서 조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용돈주고 동경인가
데려가 전시한 적이 있었다죠 - 일본인은 이렇게 근대화
에 성공했는데,조선인은 미개하다,왜 그럴까? 보고 확인
하라, 이건지. 이 사건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유럽 측
시각에서 인간동물원을 기술한 자료들을 읽다보니, 기억
이 새록새록합니다. 이 자료는<조선사람의 생로병사>란
책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 책도 읽은지가 10년이 다 돼
가네요. 가물가물~ 나중에 찾아보고 자료를 올려볼게요.

이것말고도 주말에, 미국이 필리핀에 침공을 하여 100만명을
살해한 사건 등의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찾아보니, 20세기
에 관해 할 이야기가 참 많네요.  무서웠어요. 더 우울해졌고.







드디어 삶을 고양시키는 ... 공연 관람!


4월 16일, 수요일 -  마냥 우울해할 수만도 없죠.  이제 다시
기운을 챙겨서 살아갑니다. 수요일 밤에는 간만에 공연을 보
러 갔어요. 국립극장에서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발레 공연
이었습니다. 지난 해 스파르타쿠스 관람 이후에 발레는 처음
이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원래 음악이 별로인 발레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예컨대 차이콥스키랄지...음악 구려요)
이건 20세기 최고 천재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이니, 100%보증
수표지요. 원래 이곡을 워낙 좋아해서, 자잘한 부분까지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 공연에서는 좀 많이 편집했더
군요. 음악도 엄청 빨랐습니다! 지난 교향악 축제때 군포필의
브룩크너(아, 열흘 남짓밖에 안 됐군요)를 듣고, 저렇게 빠르
다니 나야 좋기는 한데 연주자들 무지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무대 위의 사람들까지 무지 힘들겠던데요!^^그래도
혼자서 꿈꾸던 로미오와 줄리엣, 그 이상이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홍보페이지를 찾아서 사진을 가져왔어요.
요즘 보고 들은 게 워낙 침울한 것이 많았는데,  좋은 걸 보고
들으니, 좋아지네요. ^^ 신기하죠. 제가 알기론 프로코피에프
자신도 왕창 우울한 인생을 사셨던 양반인데요.  또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 자체도, 엄청 우울한 내용인데 말입니다. 그래
도 저는 기분이 좋아지네요. ( 참! 이 공연에선 머쿠쇼의 비중
이 엄청 크네요.  원래 발레에선 그런 건가요? 이번 안무에서
특별히 그렇게 한 건가요?  연주를 들어보니, 다른 부분은 다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머쿠쇼부분만 비교적 느리게 가는걸로
보아, 일부러 배려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것도
좋았습니다.  머쿠쇼라는 캐릭터를 제법 좋아해서 말이죠. )



by 김태 | 2008/04/17 09:09 | 글그림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kimtae.egloos.com/tb/161983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별밤 at 2008/04/17 11:02
총선결과는 갑갑했지만 그만큼 대안세력이 부재(혹은 미흡)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진보신당이 거둔 2.94%의 정당득표는 분명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봐요. 당 분위기도 좋아보이고 의욕도 살아있어서 보는 사람 마음이 든든합니다. ^^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재밌을까요? 눈길은 가는데 어떨런지... ^^;
Commented by 김태 at 2008/04/17 12:05
아...총선결과는 정말 한마디로...민주당이 양당제 정당에 걸맞는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경원 씨조차 대놓고 말하더군요... 한나라당 표 떨어지지만 그게 민주당으로 가냐고요. 그것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 젊은 층의 투표율이고, 그 유탄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까지 미친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의 득표는 좋았습니다만, 결과를 놓고 보면 너무 아쉬워서... ^^ 뮤지컬은 제가 잘 몰라서요, ... 발레는 정말 괜찮았습니다(아, 글에 있는 내용이군요^^).
Commented at 2008/04/17 16: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별밤 at 2008/04/17 17:51
아! 저런, 바보 같이 발레를 뮤지컬이라고 써놓아버렸군요.-_-;;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김태 at 2008/04/18 03:35
별밤 // 발레라면 강추입니다. 대박이더군요. 돈과 시간이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에요.
brecht // 좋은 토요일을 하나 잡으세요. 미리 연락주시면 시간 맞추어 나가 있도록 하죠. 토요일
보다 평일 저녁이 더 좋기는 하지만.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