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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1) - 한XX당 총선승리를 목전에 둔 고통

아이고, 며칠간 뜸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두 개의 마감을 하고 세 개의 수업을 듣고
그럭저럭 보냈습니다. 에휴.시사in작업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책 하나 읽었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거... 지금 읽고 이야기하는 것, 예, 뒷북이겠지요, 아마도. 둥둥둥둥 ~.
암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이 있어서, 총선을 바라보며, 세네번에 나누
어 적어보고자 합니다.                                                                   .

토요일 저녁 뉴스데스크에 나오는 이야기 보니, 한XX당 과반의석확실
하다는군요.  뭐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참 웃긴다는 생각은 듭니다. 도
대체 그렇게 개떡을 쳐도, 찍어주는 손은 또 거길 찍는다는 것이죠.  이쯤
되면 유권자란 자와, 때되면 침흘리는 파블로프의 사이에 무슨 큰 차이
가 있으랴 싶기도 합니다만,  유권자를 욕하거나 매도하는 건 어리석은 일
입니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의 수준이
어쩌니저쩌니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아, 그런 얘기, 이미 해버린 겁
니까? 그럼 안되는데, 허.)  그래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니까요.  저는 아직
은 희망을 보고 싶고요...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대로의 현실을, 일단은
 직시해봐야 하겠지요...                            (생각할 수록 속이 터집니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세 가지 잘못된 신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1. 유권자에게 2MB가 거짓말쟁이라는 걸 폭로하고, 한XX당이 늘상 구라만
쳐왔다는 걸 폭로하고, 그 세력이 한국현대사에서 저지른 무식한 행태들과
또 어떤 살인행각을 저질러 왔는지를 상기시킨다면,  누구라도 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까요? 뭐 저도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만-아니라네요.

조지 레이코프 자신의 말을 인용하자면 :       (48쪽) 더욱이 리버럴과 진보주의자들이 어떤 신화를 믿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이 신화는 훌륭한 철학에서 유래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계몽주의와 함께 탄생한 이 신화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할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기만 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
할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인지과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
다... 진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프레임에 부합해야 합니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버려집니다... (50쪽) 나가서 모두에게 거짓말
을 폭로하는 것이  과연 쓸모 있는 걸까요?   물론 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아는 것은 쓸모
없는 일도 해로운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는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



2. 2MB 주변, 이른바 고소영-강부자 라인은 부도덕한 부자들의
소굴이고 (물론 부자가 도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을 구경이라도 하려면,   적어도 차기정부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 정책은 서민을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  또
온갖 민영화규제철폐, 종부세 완화 등의 정책은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라는 (자명한) 내용을 설득하면 먹힐까요?  휴.


레이코프에 따르면 아니올시다,라는 군요 : (50-1쪽) 계몽주의로부터 유래한 신화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
은 "자기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이익에
기초하여 사고한다"는 것입니다. 현대경제학 이론과 외교정책은 이러한 가정에 기초하여 세워졌습니다. [그
러나]  인지과학자인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 그는 이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과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 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 신화에 도전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 그들은(미국리버럴들은) 저에게, "어떻게 가난한 사람
들이 자기들에게 그렇게 큰 해를 끼치는 부시에게 투표할 수 있는 거죠?"하고 묻습니다. 이런 일에 직
면했을 때 그들은, (미국)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전달
하려고 애씁니다...  :
  그러나 소용없다는군요. 저자는 계속해서 암울한 숫자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   (52쪽)
인구의 35퍼센트는 자기가 상위 1퍼센트에 속하거나 장차 속하게 되리라고 믿으며, 따라서 그들은 미래에 희
망하는 자기 이익에 근거하여 행동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감세 혜택을 기대할 수 없음에
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나머지 65퍼센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들은 분명히 자기 이익 -- 또
는 미래에 기대되는 이익 -- 에 반하여 투표합니다...
          .
이건 완전히 한국에서는 종부세 이야기로군요.



3. 이 세번째 신화는, 열린우리당이란 정당이 허공에서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지지
정당이 따로 있었지만, 그래도 좀 잘해보라고, 내심 응
원은 하였더랬지요(많은 사람이 이런 응원을 했겠습니
다만).   뭐, 이제 와서는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54쪽 전후) 세 번째 오해는 선거 운동을 상업적 마케팅과 동일시하는 은유입니다. 이 은유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상품이고, 쟁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은 상품의 질이나 특성이 됩니다. ...(그래서)리버럴
과 진보진영의 후보들은 여론조사를 따라,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더 '중도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전혀 왼쪽으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그들
은 선거에서 이깁니다!                                                                                  -
       
그러게요!


뭐 이런 내용들입니다. 여기에 대해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처방
을 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그 처방이 과연 적절한가...  이 점은
조금더 생각해볼 일입니다. 일단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볼 때,
진단은 그럭저럭 정확한 것 같은데,  처방은 지나치게 미국현실
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네요.  아무튼 좀더 고민해봅시다. 흑흑.


by 김태 | 2008/03/30 05:25 | 글그림 | 트랙백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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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1) - 한XX당 총선승리를 목전에 둔 고통 '경제적 어려움' 프레임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길래 뭔 책인가하고 읽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의 예시나 정리를 보시면 될 것같네요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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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겐베르크와 히틀러의 악연에 대해 - http://kimtae.egloos.com/1494171 조지 레이코프에 대해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http://kimtae.egloos.com/1564712 김용민 선생님의 방송법 만평입니다. 역시 대단한 그림실력입니다. 캐리커처는 역시 내공과 수련.... 늘 그렇지만, 무한펌질 대환영입니다. ... more

Commented by 삼손 at 2008/03/30 11:26
뭐 우리나라 보고 쓴 책이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猫眼 at 2008/03/30 13:24
저게 미국야그라니;; 역시 어느나라나 정치판은 비슷쿠리한 모양이네요.
Commented by labora at 2008/03/30 19:06
재밌게 읽었습니다. 글구 링크 신고~
Commented by 케이리엘 at 2008/03/31 01:21
섬뜩하네요. 이래저래... 답답합니다.
Commented by eversoul at 2008/03/31 04:25
잘보았습니다아
Commented by 유월향 at 2008/03/31 09:55
... 글을 읽었더니 더 답답해졌어요... ㄱ-;;;
Commented by 김태 at 2008/03/31 10:48
앗 죄송합니다 답답들하시다니... 하기야 저도 답답하긴 하네요.
Commented by 老姜君 at 2008/03/31 15:29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갑갑한 내용이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8/03/31 16:31
결국 결론은 화염병?
Commented by 月虎 at 2008/03/31 17:59
역시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이야기가 진리군요
Commented by 나미 at 2008/03/31 20:39
무섭다... 후덜덜.
과연 우리네 표심에도 확실히 와닿는 얘긴데요?
Commented by 별밤 at 2008/04/03 16:46
'대중은 현명하다'는 것은 순진한 주장이라는 건가요? ^^;
사실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대중의 현명함이란 이런 것은 아니었을텐데 말이지요. 합리적 비판도 좋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팩트가 아니라 팩트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에 대해서도 "과연 그럴까?"를 "과연 그렇구나"로 만드는 힘은 사실 그 자체보다는 활동가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심상정 대표님을 비롯한 진보신당 여러분들 화이팅! ^^;;
Commented by 까마귀소년 at 2008/04/08 23:53
포스팅 보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읽고 있습니다. 내일이 총선이네요, 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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