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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미켈안젤로의 생애 (1) - 탄생




미 켈 안 젤 로     이 야 기







바사리 만화를 그리는 김에 나도 정리가 필요해서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비정기적으로, 그러나 연재하듯 올려볼 요량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시더라도 일단 제가 필요해서 적어야
합니다.  요즘은 적어놓지 않으면 머리에서 어딘가로 새어나가 버려서...





(1) 출생과 가문



미켈안젤로의 출생에 대해 참으로 거창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옵니다.

미켈안젤로의 후배이자, 친구로 자처했던,  대표적인 <미빠> 바사리
에 따르면 미켈안젤로는 출생부터 비범했던 모양입니다 :              .


이 만화의 주인공, 꼬마 바사리


그리하여 1474년 ...숙명과 행운의 별 아래서... 아들이 태어났다. 3월 6일 일요일 밤 여덟 시
경이었다.  당시 그의 아버지 로도비코는 ... 태어난 아기가 어딘가 초자연적이며 또 초인적
인 것을 느꼈다. ... 목성의 집에 수성과 금성이 보여주는 별의 위치가 평화롭게 배치된 것으
로 보아,   이 아이의 마음과 손이 숭고하고 장엄한 예술적 작품을 만들 운명에 놓였음이 분
명하다고 생각하였다.                                                                                  -바사리



음. 심하죠.  확실히 마지막 부분은 바사리 스스로도 믿지 않았던 것이 분
명한걸요. 바로 아래 단락에 가서, 그 아버지가 "그림을 ...천한 것으로 여
기던 부친과 친척들은  미켈란젤로를 꾸짖었을 뿐만 아니라,   때리기까지
하였다."
라고 쓰고 있거든요. 이건 뭐... 어쩌자는 건지. 손발이 안 맞잖아.



이러한 바사리를 비판하고 나선 전기작가가 있었어요! 그러나 그 양반의
비판 포인트는,  바사리가 미켈안젤로 선생의 위대한 명예를 흠집낸다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바로 콘디비의 전기입니다. 저도 제대로 구
해서 읽어보진 못했는데, 대략 이곳저곳에 인용된 것에 근거해서 보자면,
콘디비의 미빠는 바사리보다 한 술 더 뜨는 것 같습니다.   그에 따르면 :



미켈란젤로는 1474년 3월 여섯째 날 월요일 동이 트기 네 시간 전에 태어났다. 그것은 분명
히 위대한 탄생이었다. ...수성이 목성의 집에 들어가 있고 금성이 그 다음 위치에 있는 길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으나 특히 회화, 조각, 건축과 같은 예술
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둘 고결한 지성의 탄생이었다.                                    - 콘디비



뭐 아무튼 당황스럽긴 하지만, 하늘이 점지해준 대예술가라는 것이죠.

그러나 오늘날의 의심많은 학자들이 확인해봤더니,   출생일자가 잘못
되었답니다.  실은 1년이 틀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별자리가 어쩌네
하는 것들이 전부 구라였다는 것이겠네요. 앤소니 휴스가 쓰고 남경태
선생이 옮긴 <미켈란젤로>(한길아트)를 보면 :                            . 


묘하게도 미켈란젤로의 탄생 별자리에 관한 이러한 오류는 1989년까지도 주목을 받지 않
았다.  미켈란젤로의 인물됨을 하늘이 증명했다는 그 이야기를 오히려 (콘디비 뿐 아니라
그와 대립하고 있던) 바사리도 되풀이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에 관한 문헌은 이러한 사소
한 사실 혼동과 주관적인 판단이 특징이다.                                            -앤소니 휴스


뭐 미켈안젤로 우상화를 위해 이걸 그냥 적어놓은   콘디비나 바사리
등 전기작가들의 행위도 눈길을 끌지만,  그걸 굳이 확인한 학자님들
도 저는 재미있네요.  1989년까지도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
지만,  사실 진작에 주목한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바빠서 내 생
일도 못 챙기는 판에. 이런 것도 책 읽는 재미 가운데 큰 것이겠지요!



또 가문에 대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


(미켈란젤로가 태어난) 부오나로티 일가는 카노사 백작 가문과 무관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명성을 고려한 알레산드로 카노사 백작은 기꺼이 1520년에 미켈란젤로에게 명예로운 친척
으로 인정하는 편지를 보내 그의 가문이 귀족임을 보증해주었다.                           ibid.


일종의 혈통증명서를 떼어준 셈이죠. 더 재미있는 사실은 :


만년에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보다 혈통을 더 중시한 듯하다. ..."더 이상 내 주소를 '조각
가 미켈란젤로'라고 쓰지 말라고 해라. 로마에서 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로 통하고 있으
니 말이다.  피렌체 시민이 제단화를 부탁하고 싶다면 화가를 찾아야 하겠지만,  나는 공방을
열고 주문을 받는 화가나 조각가로 일한 적이 없다.  내 아버지와 형제들의 명예를 위해 그러
지 않았단다." ... 미켈란젤로는 조카에게 피렌체의 일등 시민이라는 가문의 위치를 일깨워주
고 싶었던 것이다. 지체 높은 가문이라는 신분은 시민의 개념과 불가분한 것이었다.       ibid.



마지막 문장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것을 그저 혈통에 목매다는 치졸한 짓거리라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켈안젤로의 마음 속에는 공화주의에 대한
열정이 끓고 있었지요.  공화주의는 왕을 반대하는 대신,  우수한 시민들이 정부
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당시 그 우수함의 요건 속에는 혈통 역시도
들어갔던 듯하네요.   요즘에야 시시껍절한 재벌가문들이나 그딴 거 신경쓰지만.


by 김태 | 2008/03/15 14:57 | 미술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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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猫眼 at 2008/03/16 15:46
혹시 팝툰에서 연재하시는 김태권씨? 만약 맞으시다면 만화 잘 보고 있습니다 홍홍홍~
Commented by 김태 at 2008/03/17 02:41
엇! 고마운 말씀을. ^^ 팝툰에 그리는 <바사리>이야기에 관련된 글도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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