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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력 - 미스 마플, 소방관, 함장, 총격전





"척보면 압니다"




순간적인 판단-직관력. 이 주제에 대해 네 가지 책을 신토피칼
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아가사 크리스티, <화요일 클럽의
살인>.   2.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3. 게리 클레인, <의사
결정 가이드맵>.  4. 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1


단편집 <화요일 클럽의 살인>에서 미스 마플의 말 :

"나는 샌더스 부부를 처음 본 순간, 그 남편이 아내를 죽이려 한다
 는 것을 의심의 여지도 없이 확신할 수 있었(어요) ...  난 알 수 있
 었답니다.      그가 자기 아내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야말로 한때의 유행어였던 <척보면 압니다!>에 해당하는
상황이지요. 미스 마플은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었을까요?



"영감을 받은 추측이로군요." 헨리 경이 말했다. . . . . . . . . 
(미스 마플이 대답 하기를) "아뇨, 그렇진 않아요,  천만에요!
오히려 그건 연습과 체험이 따르는 문제랍니다. 그예로 내가
들었던 얘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만일 여러분이 어떤 이집트
학자에게 기묘하게 생긴 조그만 망치 하나를 보여준다면, 그
는 그저 그것을 보고 만져보기만 하고도 몇 년대 것이라든가,
그렇지 않으면   버밍햄에서 만들어 낸 모조품인지 바로 가려
낼 수 있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알아내는 데에는 어떤
분명한 규칙이 있는 건 아니라더군요.   그는 그냥 알 수 있다
고 합니다.     그의 전생애를 그런 것들을 다루면서 보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겠지요."
             
                           ..


 

1932년에 나온 이 단편집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척보면 아는> 능력의
 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70여 년이 지난 후, 말콤 글래드웰이란
 양반(<티핑 포인트>를 써서 유명해졌지요)은 <블링크>라는 책 첫머리
에, 놀랍게도 이와 거의 똑같은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


페데리코 제리와 에블린 해리슨과 토머스 하빙과 게오르기오스 돈타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폴게티[박물관]의 쿠로스 상을 보고 '직관적
인 반발'을 느꼈을 때, 그들은 절대적으로 옳았다. 그들은 처음 보는 2초
동안에, 단 한 차례의 눈길로,   폴게티박물관의 조사팀이 14개월에 걸쳐
파헤친 것보다 조각상의 본질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 폴게티 박물관에서 구입한 고대 미술품 쿠로스 상은 온갖 지질학적
연대 검사를 통과했습니다. 적어도 실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것이 매우
오래된 유물이라 생각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미술사학자들은 그 조각
을 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 . . . . . . . . . . . .



말콤 글래드웰이 아가사 크리스티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 같지는
않더군요.    더군다나,  크리스티가 수십 년 후 미술사학자들의 활약을
미리알고 썼을 리도 없고요. 미스마플이 <시간을 달리는 명박>도 아닌
마당에야(YTN 돌발영상사건에서 MB의 예지능력이 입증되었지요 ㅋ).

뭔가가 있기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육감이나
초능력이 아니라,  아가사 크리스티의 통찰처럼,  <연습과 체험이 따르
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


이렇듯 척보면 아는 능력은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입니다.
다음에 소개할 불타는 집에 들어간 소방관의 무용담을 봅시다.


"이상한데." ...지휘관은 뭔가 상황이 잘못 되었다고 느끼기 시작
했지만 동시에 어떤 단서 또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곧 그 집
안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어 대원들에게 집 밖
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  대원들이 나가자마자 그들이 방금
전에 서 있던 마룻바닥이 붕괴되었다. 그들이 여전히 안에 있었
다면 모두 지하실의 불길 속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




이 사례는 <의사결정의 가이드 맵>이란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Dr. 게리 클레인은 이러한 힘을 직관력이라고 부르죠. 

 이 책 소개해준 오君에 감사.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지 모르는 채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이 소위 직관
력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 많은 사람들은 직관력을 타고난 특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연구를 진행하며)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직관
력을 갖고 있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만한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장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직관력은 경험을 통해
키워진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놀랄 만큼  아가사 크리스티의 지적과 맥락이 닿아있습니다.
연습과 체험.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습과 체험이 필요한 것일까요?

 





3.
 

직관력은 매우 요긴한 능력입니다. 이를테면 군함에 타고 있는 해군
장교의 경우, 몇 분 내에 생사를 가를 결정을 해야 합니다. 레이더에
정체모를 점이 잡히면, 그것이 적국의 미사일인지 아군 전투기인지,
그냥 지나가는 비행기인지, 또는 무고한 민간인이 타고 있는 민항기
인지를 바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나가는 비행기라고
생각했다가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의 미사
일이라고 확신하여 요격했는데, 알고 보면 민항기일 수도 있겠지요.


게리 클레인의 연구를 계속 살펴봅시다.


동일한 사람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한 번은 성공을 하고 그 다음 번
에는 실패를 했다. 윌 로저스는 이지스 함인 빈센스 호의 전 함장이었
다 ...(먼저) 로저스 함장은 이란의 F-4 전투기를 쏘지 않고도 기함과
자신의 배를 보호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로저스 함장은 또 다
른 사건,   즉 이란 항공기를 격추시켰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
도 하다.  그는 (조종사의 의중을)...상상하면서 동일한 전략을 구사했
다.   (이번에) 그는 자신이 보는 스크린 상의 항로 비행체가 민항기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때 그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 . . . . .
 
 



무서운 일입니다. 노련한 함장이 레이더 위의 점 하나를 보고 3분
안에 요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늘 성공하던 전략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게죠. 잘 맞던 감이, 딱 한번 틀어졌으나, 그
결과는 무고한 사람들의 떼죽음이었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4.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직관력이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데는 우리의 사회적편견도 종종 작용한다고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블링크>에서, 네 명의 백인 경찰이 흑인 이민자 청년에게 40여발의 총
알을 박아 넣은 디알로 사건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찰들은 이 청년이
지갑을 꺼내는 모습을, 총으로 오인했고, 그 결과는 너무 참혹했습니다.


디알로 총격사건(1999.2.4.)이 있고 난 후 몇 주 그리고 몇 달 동안, 이 사건
이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일을 두고 많은 논쟁들이 양 극
단을 오가며 충돌했다. 어떤 사람들은 끔찍한 사고일 뿐이며 때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사를 가르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입장에서 비롯된 불
가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알로 사건 법정 배심원단도 그렇게 결론
지었다. (네 명의 경찰)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았다. 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전개되었고, 디알로는 희
생자로 추모되었으며, 휠러가는 디알로 거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심지어 브
루스 스프링스턴은 <41발>이라는 디알로 추모곡을 작사작곡하였는데 코러
스에 "당신들은 살해되고 나서야 비로소 미국인으로 살 수있다."는   가사를
넣었다. ... 이 설명들 중에 특별히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 디알로 총격사
건은 회색 영역, 즉 고의와 우연의 중간 지대에 있다.           . . . . . . . . . .




글쎄요,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어느쪽 설명이 정확하다고 딱 부러지게 말
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각자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PD수첩
에서 한국계 마이클 조 사건 보도를 보았는데, 남의 일 같지만은 않군요.

다만 말콤 글래드웰이, 직관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편견을 벗어던져
야 한다고 지적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는 인종적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어서 성별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직관력이 제대로 발휘
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오디션과 여성 호른 주자의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블링크> 뒷부분을 읽어보시면 좋겠군요. ^^

by 김태 | 2008/03/15 02:58 | 인간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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